탄력근로제 운용 기간을 늘리기 위한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하면서 이달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3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4월 5일까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산업현장에서 또 한번 큰 혼란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1일 고용노동소위원회를 열었으나 탄력근로제 운용 기간을 얼마나 늘릴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탄력근로제는 작업량에 따라 근로시간을 늘렸다 줄여 법정근로시간(최대 주 52시간)에 맞추는 제도다. 지난달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현행 3개월인 탄력근로제 운용 기간을 최대 6개월로 늘리기로 합의했으나 일부 근로자위원의 반발로 최종 의결을 하지 못한 채 노사정 합의안을 국회로 넘겼다.
이에 여야는 18일부터 나흘 연속 회의를 열었지만 견해차만 확인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사노위 합의안을 존중해 탄력근로제 운용 기간의 6개월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건설업의 경우 공사 기간이 6개월 이상인 현장이 많다며 최대 1년까지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환노위 관계자는 “여야 3당 간사 간 협의를 통해 다음 주에 다시 탄력근로제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지만 지금 일정대로라면 다음 달 1일에나 소위원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야 입장 차가 커 다음 달 초에 통과될지도 미지수다.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여야정 상설협의체는 그해 7월부터 30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한 주 52시간제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탄력근로제 확대에 합의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탄력근로제 논의를 경사노위에 넘긴 이후 주 52시간제 시행 9개월이 되는 현재까지 논의가 겉돌고 있다.
그사이 산업현장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조사본부장은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입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7월부터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는 금융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5월부터 사업장 3000곳을 대상으로 법정근로시간 준수 여부를 점검하기로 한 고용노동부는 탄력근로제 확대가 늦어지는 만큼 일단 계도기간을 계속 연장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도 안갯속이다. 정부는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담은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문제는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기업의 지불 능력을 담을지다. 정부는 노동계가 반발하자 최종 개편안에서 이 항목을 뺐다. 하지만 한국당은 구체적인 지표가 있어야 기업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이 항목을 되살리겠다고 맞서고 있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이 늦어지면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일정도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현행법상 고용부 장관은 이달 31일까지 최저임금위에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하지만 최저임금위 공익위원 9명 중 8명은 최저임금 체계 개편을 염두에 두고 사의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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