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CEO스코어, 2017년 vs 2019년 분석
반대비율 2년 새 4.6%P 증가… ‘이사-감사 보상 거부’ 29%로 최고
주식매수 선택권-이사선임 뒤이어… 유진그룹 안건 비토 56% 달해
올 주총 기관투자가 활동반경 커져 기업경영 국민연금에 휘둘릴 우려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 이후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가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개 회사 측 안건대로 통과되긴 했지만 한진그룹의 경우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이 불발되기도 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반대가 때로 적절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최근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등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 우려가 커지고 있어 정부의 입김이 세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후 찬성 줄고 반대 늘어
5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국민연금이 지난해 정기 및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한 577개사의 안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총 626회 주총에서 4139건의 안건이 다뤄졌다고 밝혔다.
전체 안건 중 국민연금은 682건(16.48%)에 반대한 것으로 집계됐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기 전인 2017년 반대율 11.85%에 비해 4.63%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찬성 비율은 87.34%에서 83.11%로 4.23%포인트 떨어졌다.
안건별로는 ‘이사 및 감사의 보상’(28.98%)에 반대표가 가장 많았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이사보수 한도가 경영성과 대비 과다하다는 이유 등으로 대한항공과 아모레퍼시픽, 롯데쇼핑 등에서 줄줄이 반대 의견을 냈다. 이어 △주식매수 선택권의 부여(15.87%) △이사, 감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의 선임(15.38%) △정관 변경(15.32%) 등의 순이었다. 2년 전에는 정관변경 안건에 대한 반대 비중이 가장 높았다.
그룹별로는 유진그룹(55.56%)에 이어 아모레퍼시픽(43.75%), 태광(42.86%), 삼천리(37.5%), KCC·SM·넷마블(각 36.36%) 순으로 반대 비중이 높았다
실제로 지난해 3월 국민연금은 아모레퍼시픽그룹 계열사 주주총회에서 안건 총 16건 중 7건과 관련해 반대표를 던졌다. 주로 사내외 이사 선임에 대해 ‘독립성 훼손’이나 ‘과도한 겸임’ 등을 이유로 반대한 것이다. 사외이사 후보였던 엄영호 연세대 교수의 경우 재선임인 데다 서경배 회장과 연세대 동문인 점 등으로 독립성 훼손 지적이 있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이사의 장기 연임 등에 대해 국민연금의 독립성 훼손 우려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전문성이 덜한 이사를 매번 새로 선임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 올해 더 막강해진 국민연금
재계에서는 특히 올해 주총에서 기관투자가의 활동 반경이 더욱 넓어지는 만큼 기업 경영이 국민연금에 휘둘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문재인 정부의 ‘공정경제’ 정책 일환으로 추진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은 이달 초 시행됐다. 이 개정안은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경영 참여를 선언하지 않아도 상장사에 대해 정관 변경을 추진하거나 일부 임원의 해임을 더 쉽게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또 지난해 12월 국민연금 최고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국민연금이 법원 판결과 상관없이 기업 가치를 훼손했다고 판단한 기업들에 대해 이사 해임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 가이드라인을 의결한 바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는 “지난해 국민연금의 반대의결권 행사가 늘어났는데도 실제 부결된 건수는 21건에 지나지 않았다”며 “이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이 전체 주주의 이해와 동떨어지고 주주가치 제고에도 부합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