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산하기관도 친인척 채용 의혹…1급 간부 부인, 1년 만에 정규직 전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2일 20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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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관리공단·국립생태원 등 친인척 정규직 전환 39건 확인

서울교통공사에 이어 국립공원관리공단(이사장 권경업)과 국립생태원(원장 박용목) 등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에서도 직원가족 특혜채용 의혹이 불거졌다. 특히 공단 고위간부의 부인이 입사 1년 만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가 하면, 직원 한 사람의 부인과 또 다른 친인척이 함께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이장우 의원이 국립공원관리공단과 국립생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공단과 생태원에서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인원 중 기존 임직원과 친인척인 사례가 각각 21명과 18명 등 3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본부 1급 간부인 A씨의 부인은 지난해 9월 해설직무로 입사한 뒤 최근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A씨의 부인은 같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21명 중 가장 입사 시기가 늦다. 2017년 이후 입사자 중 정규직이 된 것은 A씨의 부인과 6급 직원의 부인뿐이다. 또 공단 일반직 4급인 B씨의 경우, 부인 C씨와 또 다른 친인척 D씨가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C씨와 D씨는 입사 시기는 각각 2016년, 2014년이다. 이들 세 명은 공단 내 같은 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21명 중 기존 임직원과 부부인 경우는 10명이었고, 3명은 기존 임직원의 딸이었다. 또 21명 중 6명의 친인척이 4급 이상 간부였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측은 “기간제법에는 2년이 지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이번엔 법과 상관없이 모두에게 전환 자격을 주는 걸로 (내부적으로) 정하고 필기시험, 면접 등 공식 채용 절차를 밟았다”고 해명했다. 권 이사장은 이날 “전환 과정이 적절하지 못하면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현원이 257명인 국립생태원에서는 최근 3년간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210명 가운데 8.6%인 18명이 기존 임직원의 4촌 이내 친인척이었다. 그중 15건, 즉 30명은 부부관계였다. 나머지 3건(6명)은 각각 남매, 형제, 4촌 관계였다.

이중 사내에 정규직 배우자가 있는 상황에서 당초 기간제였다가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인원은 10명이었다. 부부나 형제가 동시에 기간제에서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사례도 7건이었다.

국립생태원 관계자는 “15쌍 중 9쌍이 입사 후 결혼했다. 4쌍은 용역업체에서 근무하다 같은 날 전환됐다. 부부관계로 입사한 커플은 2쌍”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나머지 3건의 경우 국립생태원이 있는 충남 서천과 인근 지역인 전북 군산에 거주하고 있는 직원들이다. 기존 임직원 추천에 의해서가 아니라, 거주지 인근 근무를 희망해 입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국립공원관리공단 1급 직원의 부인이 지난해 9월 임용되고 이후 정규직이 됐다는 게 이해될 수 있는 사안이냐”며 “서울교통공사에 이어 산하기관 친인척 채용비리가 드러나고 있는데 지금까지 밝혀진 건 조족지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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