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의 고용세습 문제는 2013년 국회 국정감사 때부터 꾸준히 지적돼온 문제다. 하지만 정부의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재직자 가족 및 친인척 채용은 공공 분야 전 영역에 만연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정규직 전환자 가운데 재직자 친인척이 112명 포함된 것을 비롯해 올해 국감에서 드러난 공공기관의 고용세습 의혹 사례는 총 23개 기관, 576명에 이른다.
○ 마사회 98명, 농어촌公 28명 친인척 근무
각 공공기관이 자체 전수조사를 통해 직원 간 친인척 관계 파악에 나서면서 친인척 채용 사례 수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24일 바른미래당 정운천 의원실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마사회가 최근 3년간 비정규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5519명 가운데 98명이 기존 직원의 친인척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농어촌공사는 같은 기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413명 중에 28명이 친인척 관계였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도 무기계약직 전환자 59명 가운데 1명이 사내에 친인척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유한국당 김기선 의원실이 한국전기안전공사에서 제출받은 직원 친인척 현황 자료에 따르면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 2명이 각각 기존 직원의 처조카와 처남인 것이 추가로 확인됐다.
이로써 현재까지 밝혀진 각종 공사의 친인척 채용 의혹 관련자 수는 서울교통공사 112명을 비롯해 한국국토정보공사 19명, 한국가스공사 41명 등 총 23개 기관, 576명에 달한다.
서울교통공사가 정규직 전환 승진평가 시험에서 사측이 노조와 출제 난도를 쉽게 하기로 ‘짬짜미’한 정황이 드러났다. 한국당이 입수한 서울교통공사 내부 문건에 따르면 5월 30일 노사협의에서 노조 측은 쉬운 시험을 위해 “공사 인재개발원에서 문제를 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사측은 “시험 난이도를 기존 상 20%, 중 40%, 하 40%에서 각 10%, 40%, 50%로 바꿨다. 내부인이 출제하면 어려운 내용을 쉽게 생각할 수 있어 외부 업체에 맡기는 게 낫다”고 설득했다.
○ 기초자치단체 산하 기관도 고용세습 ‘심각’
구청 등 기초자치단체 산하 공공기관의 고용세습도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 용산구 시설관리공단은 지난해 정규직 채용에서는 공단 간부 이모 관장과 이모 팀장의 아들이 각각 전문직 8급과 기술직 8급으로 입사했다. 용산구 채용비리 문제를 추적해온 ‘용산시민연대’ 관계자는 “시설관리공단에 용산구청 직원의 가족들이 취업한 사례도 부지기수”라고 주장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용산구 시설관리공단 내부자로부터 ‘구청에서 아예 합격자 명단이 내려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제보도 있다”고 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공기관 고용세습 문제는 매년 지적을 받아온 ‘단골 메뉴’다. 2013년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와 환노위 국감에서는 전국의 100곳 가까운 공공기관이 ‘가족 우선채용’ 등 고용세습 조항을 노사 단체협약이나 인사규정에 명문화한 것이 문제가 됐다. 근로 중 사망 등 특수한 사례가 아니라 단순히 정년퇴임한 직원의 가족을 우대한 곳도 있었다.
같은 해 11월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직원의 고용세습 명문화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5년 만에 비슷한 문제가 또다시 불거진 것이다. 정부가 매년 공공기관 채용비리 전수조사를 벌이는데도 이번 사태를 막지 못한 것은 조사 과정에서 개인정보인 친인척 여부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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