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2015년 이후 사건만 대상”, ‘강원랜드 의혹은 제외’ 밝혀
민주-정의당 “합의해놓고…” 발끈, 12월 국조계획서 의결 불투명
홍영표 “무차별 정치공세 안돼”, 박원순계 반발 다독이기 나서
여야가 국회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약속한 ‘정기국회 후 공공부문 채용비리 의혹 국정조사’가 하루 만에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각자의 정치적 계산에 따라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면서 다음 달 국정조사계획서 의결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22일 라디오에 나와 “5, 10, 20년 전 일을 끄집어내면 여야 간 정쟁으로 흐를 수 있다”며 “국정조사는 2015년 1월 이후 발생한 채용비리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대원칙”이라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 합의문을 발표할 때도 국정조사 대상 시기를 ‘2015년 1월 이후’라고 했다.
현재 재판 중인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은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재판 중인 강원랜드 채용비리는 2012∼2013년이 주 대상이다. 현재 한국당 권성동 염동열 의원이 연루 의혹으로 기소된 상태다.
그러자 국정조사 수용 조건으로 강원랜드 포함을 내걸었던 정의당이 발끈했다. 윤소하 원내대표는 이날 상무위원회에서 “원내대표들은 특정한 시기를 합의한 바 없다. 합의문에도 없는 2015년 1월을 슬쩍 끼워 넣으려는 것은 제 식구 감싸기,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반격했다.
실제로 합의문에는 “공공부문 채용비리 의혹 국정조사를 정기국회 이후 실시하고 (이를 위해) 국정조사계획서를 12월 중 본회의에서 처리한다”고만 돼 있다. 이에 김성태 원내대표는 “합의문 안에 담지 못한 세세한 내용을 문희상 의장과 원내대표들이 발표한 것”이라며 “제가 뜬금없는 얘길 했으면 바로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도 “다른 기관은 2015년 이후 건을 조사하는데 강원랜드만 그 전까지 다 조사하는 것은 이상하다”며 거들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강원랜드는 2015년 이후에 사건화된 것이어서 당연히 포함된다”며 “강원랜드와 서울교통공사는 (여야 간에) 기본적으로 합의된 것”이라고 했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전날 오전 협상에서 서울교통공사와 강원랜드 이름을 모두 넣은 초안을 두고 논의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런데 강원랜드를 명기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김성태 원내대표가 “2015년 이후로 대상을 한정하자”고 했고, 윤 원내대표가 “이렇게 나오면 협상이 불가능하다”고 반대해 합의문에 이름, 시기가 모두 빠졌다. 그러자 김 원내대표가 “(합의문에 이름, 시기가 빠지는 대신) 브리핑 때라도 얘기하겠다”고 했다는 것.
국정조사가 차기 대선주자 중 한 명인 박원순 서울시장을 두고 정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여권의 우려도 여전하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구체적 증거도 없이 국정조사를 무차별적 정치공세의 장으로 악용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박 시장과 가까운 의원들이 합의에 불만을 제기하자 이를 다독이기 위해 야권에 경고 사격을 날린 것.
그러나 한국당은 공공기관 채용비리 논란이 서울시 산하 기관에서 시작된 만큼 박 시장의 시정에 대한 강도 높은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물도 오래되면 고이고, 썩는다. 박 시장이 서울시장을 8년 가까이 하니 ‘박원순 서울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이러다 보니 벌써부터 국조가 예정대로 진행되겠느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기국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되고 세부 내용을 논의할 때가 되면 진통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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