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범죄 엄벌 분위기
함 행장 유죄 판결 받을 땐 하나銀 경영 타격 불가피”
함 행장, 올해 3월 임기 끝나… 역대 최대 실적 업고 연임 유력
금융당국 제동 움직임에 부담
금융당국이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연임 문제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함 행장은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인사 청탁을 받고 지원자 9명을 부당하게 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국은 지난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셀프 연임’ 논란이 불거졌을 때에도 하나금융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함영주 행장의 채용비리 재판 결과가 은행에는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관리 차원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찾아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재판 결과에 따라 은행 경영에 타격이 올 수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한 계획이나 지배구조 내부 규범 준수 여부 등을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경우에 따라 하나은행에 대한 금감원의 특별검사 등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하나은행의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를 정조준하는 것에 대해 금감원 측은 “최근 은행권의 채용비리 사건에 대한 사회적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10일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2015∼2017년 지원자 37명을 부당 채용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채용비리에 관여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던 이병삼 전 금감원 부원장보 역시 항소심에서 오히려 형량이 늘어나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원이 은행권 채용비리 재판을 통해 사회적 경종을 울리려는 뜻이 분명해졌다”며 “재판 결과가 은행 경영에 리스크로 작용하지 않을지를 미리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감원은 신한금융의 오렌지라이프 자회사 편입 승인 심사에 앞서 사외이사들을 직접 면담해 회장 유고 시의 대책과 지배구조의 안전성 여부를 재확인했다. 은행장이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을 때의 리스크 역시 금융당국이 당연히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다.
올해 3월로 임기가 종료되는 함 행장은 원래 연임이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는 2015년 초대 통합은행장을 맡아 인사·급여·복지제도를 통합하는 성과를 거뒀고, 지난해 9월말 기준 1조7576억 원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내는 등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이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하나금융지주가 9일 함 행장의 하나금융 부회장 임기를 1년 연장한 것도 사실상 행장 연임을 기정사실화하는 포석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이 같은 연임 분위기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함 행장은 큰 부담을 느끼게 됐다. 하나은행은 함 행장과 이광구 전 행장의 사건은 내용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입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 전 행장이 특혜 채용을 주도한 반면에 하나은행의 경우 인사 전결권을 행장이 아닌 인사부장이 쥐고 있다”며 “실제로 함 행장이 추천한 사람들 중 최종 탈락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채용비리 특별검사 당시 이미 금감원이 면밀히 들여다봤다”고 덧붙였다. 하나금융은 다음 달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함 행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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