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 협력업체에 공사비용을 떠넘기거나 비정규직을 차별하는 등 우월한 지위를 악용해 ‘갑질’을 벌인 사례들이 감사원 감사로 대거 적발됐다.
감사원은 26일 공공기관 49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공기관 불공정 관행 및 규제 점검’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는 2016년 3월 135개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 시설개선사업을 추진하면서 예산 부족을 이유로 전체 사업비 415억여 원 가운데 75% 정도인 약 310억 원을 휴게소 임대 운영업체에 전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로공사는 사업비의 25%인 105억여 원만 부담해 놓고도 개선된 화장실을 공사 자산으로 편입했다. 이를 통해 도로공사 자산과 순이익을 늘렸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도로공사 내부 규정에 따라 화장실 시설 전반을 개선해 공사 자산을 늘리는 사업은 도로공사가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하고 “업체들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한국수력원자력 등 10개 공공기관에서는 물품 용역계약을 위한 예정가격을 정하는 과정에서 기초금액을 근거 없이 낮게 책정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감사원은 “계약 관련 규정에 근거 없이 관행적인 원가 계산을 통해 산정한 가격에서 2∼5.5%를 감액해 기초금액을 산정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생성된 가격으로 낙찰 금액이 낮아지면서 부실공사나 저가 하도급 등의 문제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코레일은 점주들이 현금으로 받은 매출을 누락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겠다며 범죄 예방과 시설 안전 목적으로 설치·운영하는 매장 내 카메라 속 개인 영상정보를 동의 없이 무단 열람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코레일이 전국 207개 철도 역사 내 909개 매장에 원격으로 매장 상황을 실시간 살펴볼 수 있는 카메라를 설치·운영하면서 2017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해 열람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무단 열람한 개인 영상정보는 595건에 달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사업계획을 변경해 공사 측 책임으로 용역을 정지시키고도 계약 상대자가 보상금을 청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연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LH가 2017년 1월 이후 준공한 용역계약 49건 중 41건에서 발생한 지연보상금 57억여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을 부당하게 차별하는 내부 규정을 운용한 공공기관들도 적발됐다. 한국건설관리공사는 비정규직인 전문직 직원이 1개월 이상 병가를 내면 직권 면직할 수 있도록 내부 규정을 뒀다. 또 이 같은 규정에 따라 올해 4월 1명에 대해 실제로 직권 면직 조치를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농어촌공사와 한전KPS는 1년 이상 근무하지 않은 비정규직 직원은 육아휴직을 할 수 없도록 내부 규정을 만들었다. 현행법에는 6개월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직원은 육아휴직을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감사원은 이들 기관에 “합리적인 사유 없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차별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라”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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