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 피해자 등 부산서 합동위령제, “이젠 법관도 못믿어” 울분 쏟아내
“어떻게 정부가 그럴 수 있어요? 또 법관이라는 사람들이 어떻게….”
18일 일제 강제징용 희생자 합동위령제가 열린 부산 남구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박실근 씨(69)는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일제강점기 강제노동자 손해배상 소송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상상조차 못 한 일”이라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박 씨 아버지는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에서 3년간 일했지만 임금을 받지 못한 채 귀국했고, 억울함만 호소하다 몇 년 뒤 숨을 거뒀다고 한다. 박 씨 등 부산에 사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가족 중 일부는 최근 모임을 갖고 ‘재판 거래’ 사태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그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명백하게 밝히라고 촉구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 앞에 모여 궐기대회를 열자는 의견이 나왔다. 시기, 인원 등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집회는 열 것 같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군인·군속으로 동원돼 일본의 한 비행장에서 일하다 숨졌다는 김정부 씨(75)는 “정부가 피해자 보상을 제대로 하지 않아 너무 억울했다. 그런데 엄정해야 할 법원까지 그런 일에 동조했다는 말을 듣고 기가 찼다”고 말했다. 다른 피해자 유족은 ”이젠 법관도 못 믿을 세상“이라며 고함을 쳤다.
강제동원 피해자와 그 가족, 일반 시민 등 5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위령제는 부산남구소년소녀합창단과 부산시립무용단의 식전 추모공연에 이어 종교의례, 경과보고, 추도사, 분향·헌화 순으로 행사가 진행됐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추도사에서 “희생되신 분들의 원혼을 달래고 유족의 아픔을 헤아리는 게 우리의 몫”이라며 “일제 강제동원 실태 조사와 연구를 지속하고 일제 강제동원 기록의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해 국제사회에 널리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