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심사 출석…‘사법농단’ 첫 구속자 나올지 주목
대법원 시절 사건 수임·기밀 문건 무단 반출 혐의
고위 법관으로 취급했던 사건을 변호사 개업 후 수임하고, 대법원 기밀 문건을 무단 반출한 의혹을 받는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출신 유해용 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52·사법연수원 19기·현재 변호사)가 구속 갈림길에 섰다.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0일 오전 10시30분 공무상비밀누설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 전 부장판사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유 전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쯤 법원에 도착, “법정에서 모든 것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S여대 사건 관련 변호사법 위반 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유 전 부장판사에 대해 공무상비밀누설, 직권남용,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절도,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지난 6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이후 처음으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검찰은 유 전 부장판사가 대법원 재직 시절 박근혜 청와대가 관심 있을 재판 관련 보고서 작성에 관여하고, 이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에 보고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 전 부장판사는 대법원 근무를 마친 뒤 재판 검토 보고서, 판결문 초고문 등 재판관련 기밀문건을 반출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해당 문건에 대해 임의 제출을 요구했지만 유 전 부장판사는 이를 거부하고 증거인멸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서약서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자 유 전 부장판사는 출력물은 파쇄, 컴퓨터 저장장치는 분해해 버렸고 논란은 더욱 커졌다.
검찰은 유 전 부장판사가 대법원 재직 당시 취급했던 사건을 변호사 개업 후 수임한 부분도 구속 사유에 포함했다.
S여대는 국유지를 무단 점유하고 있다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2012년 변상금 73억원을 부과하자 소송을 제기했고, 1·2심은 ‘학교부지 사용을 허락받았다’는 S여대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은 이후 대법원으로 넘어왔고 유 전 부장판사가 맡은 뒤 종료됐다. 대법원은 지난 6월 대한제국 ‘황실’로부터 땅 사용권을 부여받아 캠퍼스 부지로 이용해온 S여대의 행위가 정당하다며 원고 승소를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유 전 부장판사가 대법원 근무 시절 이 사건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 검찰은 대법원 심리 과정에서 이 사건이 대법관 13명이 심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가 다시 소부로 돌려진 부분에도 유 전 부장판사가 개입한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특히 유 전 부장판사는 논란이 일자 자신이 대법원을 떠난 후 해당 사건의 보고가 이뤄졌기 때문에 관여한 바가 없다고 반박했으나, 검찰은 그가 S여대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 관계자와 접촉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검찰은 유 전 부장판사가 S여대 소송에서 대학 측 소송대리를 맡은 이후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수차례 통화한 내역을 확보하고 관계자를 비공개 소환했다고 한다.
유 전 부장판사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사법농단 의혹을 파헤쳐온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을 대거 기각해온 가운데 유 전 부장판사 구속여부에 시선이 집중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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