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연루 판사, 재판 개입 징계…“납득 안돼” 반발

  • 뉴시스
  • 입력 2018년 10월 12일 09시 59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해 수사 기록 누설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현직 부장판사가 프로야구 오승환·임창용 선수의 재판에 개입하려 한 것으로도 조사돼 징계 처분을 받았다.

반면 해당 부장판사는 재판 개입을 하지 않았다면서 조만간 대법원에 징계 불복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2일 대법원에 따르면 법관징계위원회는 지난 4일 임모 서울고법 부장판사에게 견책 처분을 했다. 법관징계법상 징계 처분은 정직·감봉·견책 세 종류다. 견책은 그중 가장 낮은 수위의 처분이다.

대법원은 “구체적인 사건의 재판 절차에 개입해서는 아니 됨에도 사법행정권의 정당한 범위를 벗어나서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법관으로서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징계사유를 밝혔다.

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근무하던 지난 2016년 1월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약식 기소된 오승환·임창용 선수 사건과 관련해 담당 판사와 직원을 통해 재판 절차에 개입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당시 담당 직원에게 약식 기소된 이 사건에 관해 정식재판에 회부한다는 보고를 받은 후 공판절차회부 결정문의 송달 등 후속 절차를 보류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정식재판 회부에 관한 전산상 입력을 마쳤음에도 담당인 김모 판사에게 ‘다른 판사들의 의견을 더 들어보고 처리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검은 두 선수를 2014년 11월말 마카오 카지노에서 각각 4000만원 상당의 바카라 도박을 한 혐의로 벌금 7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이에 김 판사는 단순도박 혐의로 기소된 두 선수에게 각각 벌금 10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당초 정식재판에 넘기려 한 사건이 약식명령으로 결론이 나면서 임 부장판사 관여로 결정이 바뀐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다만 김 판사는 조사 과정에서 임 부장판사의 조언이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다른 판사들의 의견을 들은 후 사건을 적정하게 처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부장판사는 재판 결론에 대한 어떠한 언급이나 지시를 하지 않았고 징계를 납득할 수 없다며 불복 소송을 낼 계획을 밝혔다.

그는 “단순도박죄는 징역형이 없고 벌금 1000만원이 상한으로 당초 결정대로 정식재판 회부를 하면 본안에서도 결국 벌금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었다”며 “나중에 재판부가 국민들에게 어차피 벌금형밖에 선고할 수 없는 사건에 굳이 4~6개월간 공판을 진행해 유명 야구선수의 미국 진출을 막았다는 등 비판을 받을 것이 우려돼 조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담당판사가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는데 징계사유가 있는 지 의문”이라며 “조언이 사법행정권의 정당한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려워 조만간 불복 소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임 부장판사는 2016년 불거졌던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관련 법조비리 사건에서 판사들에 대한 수사 확대를 막기 위해 수사 기록 유출 과정에 관여한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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