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핵심’ 임종헌의 입… 만능키 될까, 자물쇠 될까

  • 뉴스1
  • 입력 2018년 10월 15일 15시 14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지시여부 입증할 ‘키맨’ 첫소환
檢 출석하며 “오해는 해명”…진술 확보 실패시 난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법농단 사태의 핵심 ‘키맨’으로 꼽히는 임 전 차장은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 요직에 재임하며 각종 사법행정권 남용의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 News1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법농단 사태의 핵심 ‘키맨’으로 꼽히는 임 전 차장은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 요직에 재임하며 각종 사법행정권 남용의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 News1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분수령을 맞았다. 사법농단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사법연수원 16기)이 15일 첫 검찰 조사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윗선의 개입 여부에 대한 진술에 따라 향후 검찰 수사의 명운이 갈릴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임종헌의 입’에 시선이 모아지는 이유다.

하지만 임 전 차장이 검찰 조사에서 꼬리자르기 식으로 나온다면 향후 검찰 수사는 난항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전현직 대법원장을 향한 수사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9시30분 임 전 차장을 소환 조사 중이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을 상대로 사법농단 의혹 전반에 관해 집중적으로 캐물고 있다.

임 전 차장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에서 2012년 8월부터 2015년 8월까지 기획조정실장을, 이후 2017년 3월까지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근무하며 사법농단 의혹에 가장 깊숙하게 개입한 인물 중 한명으로 꼽혀왔다.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전직 대법관 등 최고위층이 사법농단에 개입했다면 임 전 차장을 통했을 가능성이 크다.

임 전 차장은 사법농단 의혹이 불거지자 실무 책임자로 지목됐고 이후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각종 재판거래 의혹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는 점에서 임 전 차장의 증언은 윗선 수사를 향하는 ‘만능키’가 될 수 있다.

임 전 차장은 양승태 사법부가 추진하던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재판거래 의혹 내용이 담긴 문건을 작성하거나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임 전 차장은 일제 강제징용 소송과 관련해 주철기 당시 외교안보수석 등 청와대와 만남을 갖고 재판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 전 차장은 강제징용 소송을 연기 또는 파기하는 대가로 법관의 해외 파견 등을 요구한 혐의가 있다.

또한 임 전 차장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사건과 관련해 행정소송 서류를 대신 작성, 청와대를 통해 고용노동부에 전달한 의심도 받는다.

‘국정농단’ 사건이 진행되던 2016년 말 임 전 차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위해 법원행정처가 직권남용, 강요,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등에 대한 법리검토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에 전달한 의혹에도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윗선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움직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임 전 차장을 통해 양 전 대법원장 등 윗선 개입 여부가 드러난다면 향후 차한성, 박병대, 고영한 등 전직 대법관은 물론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수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임 전 차장이 검찰 조사에서 기존처럼 각종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윗선 개입 여부에 대해 침묵한다면 수사는 난항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방탄법원’에 가로막혀 온 검찰 수사가 임 전 차장의 ‘자물쇠’에 열지 못하고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검찰은 잇따른 압수수색 영장 기각으로 수사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지난 9월말 압수수색 과정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의 USB를 확보했지만 사실상 USB를 자진 제출한 것이기에 의미 있는 증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임 전 차장에 대한 직접 조사에서도 유의미한 진술 확보에 실패한다면 양 전 대법원장 등 사법부 최고위층을 향한 수사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임 전 차장은 이날 검찰에 출석하며 “국민께 죄송하다”면서도 제기된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방어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임 전 차장은 검찰에 출석하며 취재진에게 “제기된 의혹 중 오해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임 전 차장이 연루된 의혹이 방대한 만큼 검찰 소환 조사는 이날 하루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임 전 차장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신병처리 여부 등에 대해서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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