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사찰·재판거래 등 의혹 추궁에 ‘기억안나’ 부인
檢 추가조사 일정잡을 듯…신병처리 여부 고심
‘양승태 사법부’ 당시 사법농단 의혹사건 ‘키맨’으로 지목되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사법연수원 16기)이 19시간30분 동안 검찰 소환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검찰은 이번 조사에서 확보한 진술내용 등을 토대로 임 전 차장의 신병처리 방향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차장은 전날(15일) 오전 9시20분께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의 신문은 15일 오전 9시30분께 시작돼 약 15시간30여분만인 16일 오전 1시4분께 끝났다.
이후 임 전 차장의 조서열람 시간이 길어지며 귀가가 늦어졌다. 그는 3시간50분간 신문조서를 꼼꼼히 챙겨 읽은 뒤 16일 오전 4시56분께 조사실에서 나왔다.
변호인과 함께 지친 표정으로 중앙지검 현관에 나온 임 전 차장은 ‘장시간 조사받았는데 심경은’ ‘오해 적극 해명한다고 했는데 주로 어떤 부분 소명했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지시 여부 인정했나’ ‘판사 사찰 부분에 대해 어떤 주장을 했나’ 등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은색 그랜저 차량에 올랐다.
임 전 차장은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 당시 법원행정처에서 2012년 8월~2015년 8월 기획조정실장, 이후 2017년 3월까지 행정처 차장으로 근무하며 사법농단 의혹에 가장 깊숙이 개입한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혀왔다.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전직 대법관 등 최고위층이 사법농단에 개입했다면 임 전 차장을 통했을 가능성이 크다.
사법농단 의혹이 불거진 뒤 실무 총책임자로 지목됐고 이후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각종 재판거래 의혹에 빠지지 않고 그의 이름이 등장했던 만큼 임 전 차장의 증언은 윗선 수사를 향한 ‘열쇠’가 될 수 있다.
검찰에 따르면 임 전 차장은 일제 강제징용 소송과 관련해 주철기 당시 외교안보수석 등 청와대와 만남을 갖고 재판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제징용 소송을 연기 또는 파기하는 대가로 법관의 해외파견 등을 요구한 혐의도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사건과 관련해 행정소송 서류를 대신 작성해 청와대를 통해 고용노동부에 전달했다는 의심도 받는다.
‘국정농단’ 사건이 진행되던 2016년 말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위해 법원행정처가 직권남용, 강요,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등에 대한 법리검토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에 전달한 의혹에도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윗선 지시를 받아 움직인 것으로 보고 대법원과 법원행정처에서 어떤 지시와 보고 등을 주고받았는지 캐물었을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차장을 통해 윗선 개입 여부가 드러난다면 향후 차한성·박병대·고영한 등 전직 대법관은 물론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수사도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임 전 차장은 이번 조사에서 법관사찰, 재판거래 등 의혹을 따져묻자 주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등 취지로 혐의를 상당 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차장은 앞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의 자체조사 당시에도 대부분의 질문에 “기억이 안 난다”며 구체적 진술을 회피한 바 있다.
임 전 차장을 처음으로 직접조사한 검찰은 조사할 내용이 방대한만큼 조만간 추가 소환조사를 거쳐 그 결과를 종합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론지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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