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 핵심으로 평가받는 임종헌(59)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공개 소환한 검찰이 조만간 임 전 차장을 재소환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임 전 차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겨냥하는 검찰 수사의 길목으로 볼 수 있어 바닥 다지기 차원에서라도 다시 부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과정에서 임 전 차장이 전현직 법관들과 대질 조사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1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전날 임 전 차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고강도 조사를 벌인 뒤 19시간여 만에 귀가 조치했다.
검찰이 임 전 차장을 통해 밝혀야 할 것은 양 전 대법원장과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 처장 등 지시에 따라 재판 거래 및 법관 사찰,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실행에 옮겼는지 여부다.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차장을 지내면서 불거진 의혹이 많아 임 전 차장에 대한 조사는 수차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관련 소송 및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련 행정소송,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의료진 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등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 등이 주된 수사대상이다.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행정처 수장으로 근무했던 차 전 처장은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공관 회동에 참석한 것으로 파악된 인물이다.
임 전 차장의 상관이었던 박 전 처장은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 진보성향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모임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을 잘 챙겨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박 전 처장의 후임 고 전 처장 역시 인사모 관련 내용을 보고 받았을 뿐만 아니라 ‘부산 스폰서’ 판사가 재판에 개입한 정황을 확인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내용을 파악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6월 기자회견에서 재임 시절 행정처가 작성한 재판 거래 의혹 등 문건을 알지 못한다고 답변을 회피한 바 있다. 이번 파문의 총책임자를 묻는 질문에는 “사람마다 판단이 다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대법원 특별조사단 자체 조사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 등이 아닌 임 전 차장이 사실상 최종 책임자로 지목됐다. 당시 행정처가 추진한 상고법원 입법화와 관련해 임 전 차장이 오랫동안 실무책임자로 관여하면서 정책 실현을 우선한 나머지 재판의 독립 및 법관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취지다.
이런 상황에서도 임 전 차장은 전날 검찰에 출석하면서 “우리 법원이 현재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초유의 상황에 처해 있는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수십년간 몸담은 법원에서 불명예 퇴직한 이후에도 여전히 조직 보호 논리를 앞세웠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다만 임 전 차장은 전날 조사 과정에서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하는 등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고 법리를 다투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에 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자기 살길을 찾아 나선 모양새다. 그는 이날 오전 1시까지 조사를 받은 뒤 조서를 검토하는데 4시간가량 공을 들였다.
검찰은 조만간 임 전 차장을 다시 불러 혐의 사실을 재차 추궁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대질 신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 관측이다.
앞서 행정처 심의관 출신 판사들로부터 ‘임 전 차장 지시를 받아 문제의 문건을 다수 작성하고, 지시사항에 따른 이행 여부를 보고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검찰은 이를 토대로 임 전 차장에게 윗선 개입 정황을 캐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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