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쪽 넘는 임종헌 구속청구서…법원, 또 ‘장문 사유’ 내나

  • 뉴시스
  • 입력 2018년 10월 24일 17시 20분


‘사법농단 의혹’ 핵심으로 평가받는 임종헌(59)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구속 여부는 법원이 구속 사유 가운데 ‘사안의 중대성’을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24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전날 230여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임 전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에 대해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인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공무상비밀누설, 직무유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국고손실, 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를 적용했다.

통상적으로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범죄사실 소명 ▲사안의 중대성 ▲증거인멸 우려 ▲수사 및 재판 불응, 도주 우려 ▲주거 부정 등의 항목이 담긴다. 형사소송법에서 ‘구속이 필요한 사유’를 이같이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청구서에 명시한 수십개의 범죄사실 가운데 한 가지만 인정되더라도 구속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개별 혐의 하나하나가 재판 독립이라는 헌법 가치를 심각하게 침해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대법원 자체 조사에서 임 전 차장이 이번 사태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것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오는 26일 열릴 구속 전 심문에서 법원 스스로도 이미 임 전 차장 등에 의해 불법적인 행정처 문건이 다수 작성됐다고 판단한 점을 들어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할 계획이다.

앞서 대법원은 법관 사찰 의혹 등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강제수사권이 없어 진실을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언급했고, 이후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사무실 직원 지인 명의로 차명전화를 개통, 사용한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말맞추기를 시도한 정황이 있어 증거인멸 우려도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임 전 차장이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고 후배 판사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식의 진술을 내놓은 것도 그에게는 불리한 요소다.

다만 임 전 차장이 주거 부정을 이유로 구속될 가능성은 낮다. 변호사인 임 전 차장의 신분이 확실하고 주거 형태가 일정하기 때문이다.

만약 임 전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다면 ‘방탄판사단’이라는 별명을 얻은 법원이 어떤 이유를 들지도 관심사다. 사법농단 관련 압수수색 영장은 10건 중 9건이 기각되고 있다.

사법농단 의혹 수사가 시작된 이후 구속영장이 청구된 사례는 임 전 차장이 두번째인데, 1호 사건인 유해용(52)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한 구속영장은 ‘범죄가 성립되지 않거나 법리상 의문이 있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당시 법원은 이례적으로 A4용지 2장 분량의 장문 사유를 들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검찰 역시 “기각을 위한 기각 사유에 불과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2호 구속영장 사건의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영장전담법관에게 너무 많은 재량이 주어지고 깜깜이라 무슨 기준으로 발부하고 안 하는지 알 수가 없다”며 “구속을 하든 안하든 앞으로도 (유 전 연구관 사례처럼) 피의자한테 장문으로 이유를 설명해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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