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농단’ 의혹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임종헌(59·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구속 심사에서는 치열한 법리 공방이 벌어졌다.
검찰은 구속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인 반면 임 전 차장은 죄가 되지 않는다는 논리로 맞섰다.
2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임민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임 전 차장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그간 수사를 맡았던 부부장급 검사 4명을 투입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중간 책임자’로서 핵심 역할을 맡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230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청구서를 통해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검찰은 심사 과정에서 ▲사안의 중대성 ▲범죄사실 소명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 등을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사법 농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중대한 범죄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임 전 차장은 법관 동향 파악 및 재판 거래·개입, 비자금 조성 등 각종 사법 농단 의혹의 실무를 관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적용된 죄명만 해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직무유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국고손실 등 6가지 이상이고, 개별 범죄사실만 해도 수십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그간 80여명의 전·현직 법관들을 조사해 임 전 차장 혐의를 뒷받침할 진술 증거를 확보했다. 아울러 임 전 차장 소유의 USB(이동식 저장장치) 등 확보한 물적 증거도 혐의 소명의 근거로 내세웠다.
특히 검찰은 임 전 차장의 재판 개입 혐의와 관련해 재판 독립이라는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는 점에서 사안이 중대하다고 강조했다.
한 예로 검찰은 옛 통합진보당 의원지위확인 소송에 대해 임 전 차장의 지시로 당시 행정처 내에서 TF(태스크포스)를 꾸려 전주·광주·서울고법 등에서 진행된 통진당 관련 재판 5건에 개입한 구체적인 정황을 확인했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법원이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 관련 소송이 상고심에 이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 등을 검토한 정황도 확인했다. 이같은 정황에 비춰봤을 때 범행의 의도 또한 명확히 드러난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반면 임 전 차장 측에서는 이 같은 검찰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임 전 차장 측에서는 구속 심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국회 측 대리인을 맡았던 황정근 변호사, 대검찰청 공안과장 출신 김창희 변호사 등이 검찰에 맞섰다.
임 전 차장 측은 검찰이 적용한 혐의에 대해 범죄 성립 자체에 법리적으로 의문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사안의 성격상 사법행정권 남용에 해당될 수 있을지언정 구속해야 할 법리상 이유가 없다는 점을 내세웠다.
아울러 임 전 차장이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없다는 점, 사법 농단 의혹에서 개인의 비리가 없다는 점, 형사소송법상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주장 등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차장 측에서는 180여 쪽에 달하는 분량의 법리 의견서 제출과 함께 별도의 구술 변론을 통해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속 심사는 검찰과 임 전 차장 양측이 서로의 주장을 반박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사안이 복잡하고, 쟁점이 많은 만큼 심사는 잠깐의 휴정을 거친 뒤 약 6시간 만에 종료됐다.
임 전 차장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임 전 차장 구속 여부에 따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윗선’에 대한 향후 검찰 수사 향방이 갈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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