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林 범죄사실 상당히 소명”…윗선 수사 임박
박병대·차한성·고영한 유력…최종 목표는 양승태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사법연수원 16기)이 구속되면서 양승태 사법부 최고위층에 대한 수사도 활로를 찾았다. 의혹의 중심인 전직 대법관들에 대한 조사가 임박한 가운데, 검찰의 칼은 ‘최종 타깃’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향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오전 2시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임 전 차장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임 전 차장은 지난 6월 사법농단 수사가 시작된 뒤 첫 구속자가 됐다.
주목할 건 임 전 차장이 사법농단 관련 각종 의혹에서 실무를 지휘한 인물로 지목된다는 점이다. 그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에서 기획조정실장, 차장으로 근무하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전반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그런 임 전 차장을 구속한 이유에 대해 이날 임 부장판사는 “범죄사실 중 상당한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실무를 담당한 사법행정권 남용과 재판거래, 비자금 조성 등 각종 사법농단 의혹을 범죄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는 이야긴데, 그렇다면 임 전 차장에게 이를 지시한 사람이 누구냐는 의문이 남는다.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재임했던 법원행정처장들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됐다고 본다. 박병대·차한성·고영한 전 대법관으로, 이들은 직접 지시를 내리는 등 실무를 지휘한 임 전 차장과 양 전 대법원장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받는다.
이날 임 전 차장이 구속되면서 검찰은 조만간 양 전 대법원장과 이들 전직 대법관들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이들을 공범으로 적시하기도 했다.
우선 각종 사법농단 의혹이 집중된 시기에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한 수사가 유력하다. 그가 재임한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는 재판거래와 대법원의 비자금 조성 등 각종 의혹들이 발생했다고 지목된다. 검찰은 여기에 박 전 대법관이 여러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긴밀히 의견을 교환하며 일제 강제징용 재판 소송 지연에 관여한 의혹이 있다. 또 양승태 사법부가 재판거래를 통해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고, 대법원이 비자금을 조성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된다. 검찰이 그를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인물로 보는 이유다.
차한성 전 대법관 역시 청와대에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만나 일제 강제징용 재판 소송 지연을 논의한 의혹이 있다. 이 자리에선 위안부 피해자 등 일제 관련 사건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고영한 전 대법관은 법원행정처가 부산 스폰서 판사 비리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재판에 개입하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의심을 받는다.
이들에 대한 직접 조사가 마무리되면 검찰은 ‘최종 타깃’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으로 눈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미 재판거래 혐의에 연루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옥중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을 보좌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도 조사가 불가피하다.
검찰은 올해 안에 수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19일 국정감사에서 사법농단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 “5부 능선을 넘었다”며 “금년 내에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선 내년 초에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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