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 의혹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임종헌(59·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오늘로 구속 일주일째를 맞는다. 검찰은 구속 기간을 연장하는 등 집중 수사를 벌이고 있다.
3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구속 상태인 임 전 차장 조사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임 전 차장은 앞서 지난달 27일 법원의 영장 발부로 구속됐다. 이후 검찰은 최근 임 전 차장 구속 기간을 일찌감치 한 차례 연장했고, 이에 따라 최장 20일(11월15일)간 구속수사가 가능하게 됐다.
검찰은 구속 이후 연일 임 전 차장을 소환해 각종 사법 농단 의혹을 집중적으로 캐묻고 있다. 임 전 차장이 사법 농단 의혹의 중간 책임자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만큼 관여한 정도가 중하고, 그 범위 또한 넓기 때문에 조사해야 할 사안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임 전 차장은 구속되기 전 이뤄진 검찰 조사 과정에서 밝혔던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객관적인 증거가 확실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본인의 책임은 회피하는 등의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앞서 임 전 차장은 구속되기 전 검찰 조사에서 혐의 대부분에 대해 ‘죄가 되지 않는다’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진술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는 부하 법관에게 책임을 미루는 모습도 보였다고 한다.
지난달 26일 열렸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도 임 전 차장은 검찰이 적용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해 범죄 성립 자체가 법리적으로 의문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법행정권 남용에 해당될 수 있을지언정 구속해야 할 법리상 이유가 없다는 취지다.
그러나 법원은 “범죄사실 중 상당한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다”며 임 전 차장의 주장을 일축하고, 영장을 발부했다. 임 전 차장은 이후 수의를 입고 거의 매일같이 검찰 청사로 소환돼 조사를 받는 중이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의 조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임 전 차장이 진술 변화로 인해 양 전 대법원장 및 전직 법원행정처 처장 등 ‘윗선’에 대한 수사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을지 주목하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구속 기간이 연장됨에 따라 임 전 차장의 태도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특히 임 전 차장이 구속이 합당한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구하는 구속적부심 신청도 포기했다는 사실이 알려짐에 따라 각자도생(各自圖生)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구속’을 경험하지 못한 피의자의 경우 구치소에 머무는 것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이 매우 큰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법원 고위 관계자였던 임 전 차장은 그 정도가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직 시절 법원 내에서 형사재판의 ‘통’으로 불렸던 임 전 차장인 만큼 구속 상태를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구속은 피의자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으로, 이로 인해 진술 등 태도의 변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 예로 이명박(77)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리며 최측근으로 평가받았던 김백준(78)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거론된다. 그는 구속 직후 태도를 바꿔 이 전 대통령 뇌물 혐의와 관련해 검찰에 상세한 진술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기획관의 진술은 이후 법원이 이 전 대통령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는 데 있어 핵심 증거로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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