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석 ‘고위법관들 언제부터 말 많았나’에 반박
“30년 전부터 법원 내부망에서 외롭게 떠들어와”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의혹을 둘러싸고 법원 내부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현직 법원장이 토론과 논쟁에 대한 관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인석(61·사법연수원 16기) 울산지방법원장은 전날(5일) 법원 내부 전산망인 코트넷에 ‘아닙니다. 저는 30년 전부터 떠들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이는 최근 한 법원 직원이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 등에 대해 최 법원장 등 고위 법관들이 잇따라 문제를 제기하자 “이 땅의 고위법관들이 언제부터 이리 말이 많았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의 글을 올린 데 대한 반박 성격의 글로 보인다.
최 법원장은 “여태까지 뭐하다 이제야 떠드느냐 하시는데, 아니다. 저는 30년 전부터 떠들었다. 1988년 대법원장 사퇴를 불러왔던 이른바 2차 사법파동 때 우리 법원 성명서를 제가 썼고, 맨 위에 제 이름 쓴 성명서 들고 서명 받으러 다녔다”고 밝혔다.
그는 “각급 법원 판사회의가 어떻게 탄생됐는지 아시나요? 그거 행정처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어준 것 아니다. 우리가 싸워서 얻어 낸 것”이라면서 “그때 우리 수석부장은 반농담으로 저를 ‘노조위원장’이라고 불렀다. 그게 아마 1995년 전후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제가 후배 판사에게 주거에 압수수색영장을 함부로 발부해 주면 안 된다고 코치하던 때도 그 무렵일 거다. 긴급체포가 오·남용되고 있다고 코트넷에 외롭게 떠들었던 때는 1999년, 2000년 무렵”이라며 “제가 검사의 법관출입문 이용을 법원장께 문제 삼았던 때가 아마 2008년, 2009년일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최 법원장은 지난달 29일 ‘압수수색의 홍수와 국민의 자유와 권리’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검찰을 무소불위의 빅브라더로 만들어준 것은 다름 아닌 우리 법원이다. 검사의 업무에 협조하는 데만 몰두했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데는 소홀했기 때문”이라며 “법원은, 그리고 판사는 검사에게 영장을 발부해주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아니다. 장삼이사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이날 글에서 “재임명을 받아야 할 1997년이 다가 올 무렵 그전에 당국이 애써 기획한 국가보안법 사건 구속영장을 기각한 ‘전과’까지 있어서 저는 재임명을 걱정하던 사람이었다”이라고도 했다.
그는 “여태까지 뭐하다 이제야 떠드느냐고 물어 주시는 덕분에 기존의 관행과 질서를 비판적으로 보았던 저의 경력을 정리해 볼 수 있게 됐다”면서 “이제 늙고 병들고 꼰대가 되고 적폐가 됐지만 저는 30년 전부터 떠들고 살았다. 그래도 뭐하다 이제야 떠드느냐고 돌을 던질 분이 있으면 기꺼이 맞겠다”고 말했다.
그는 “일찍이 ‘노조위원장’이라는 말을 들었고 재임명을 걱정하던 제가 법원장까지 하고 있는 것은 우리 선배들이 보여준 관용 때문이라고 저는 믿는다”며 “지금 우리 법원 구성원간의 토론과 논쟁에도 상대방에 대한 약간의 관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너무 좁은 소견일까요?”라고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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