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내 판사들 사이에서 사법행정권 남용의혹에 연루된 판사들을 대상으로 국회에 탄핵소추를 촉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처음으로 나왔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측은 이 같은 안건이 법관회의에 정식 발의된 것은 아니지만 구성원들의 동의가 있을 경우 추가 발의될 수 있다고 전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권형관·박노을·박찬석·이영제·이인경·차경환 등 대구지법 안동지원 판사 6명은 이메일을 통해 ‘전국법관대표회의 결의안 발의 제안’이라는 제목의 글을 대구지법 법관대표 3인에 보냈다. 이 이메일은 추후 코트넷에 게시되는 방식으로 법관대표들에게 전달됐다.
판사 6인은 오는 19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 제2차 정기회의 때 탄핵촉구 결의안을 논의하자고 제의했다.
판사 6명은 “전체 판사들에 대한 국민 신뢰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며 “법관 일동은 평정심을 가지고 재판에 임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란 깊은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고 심경을 전했다.
또 현재 사법농단 연루의혹을 받는 판사들을 상대로 검찰 수사 등이 진행되는 데 대해 “형사절차가 종료되기까지 아직 요원하고, 무엇보다 형사절차에만 의존해서는 형사법상 범죄행위에는 포섭되지 않는 재판독립 침해행위에 대해서 아무런 역사적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넘어갈 수밖에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런 결과는 오히려 국민들로 하여금 사법부 불신만 더 커지게 하고 신뢰회복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지금 시점에서 판사들이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행동은 국회에 탄핵소추를 촉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형사처벌과 별개로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을 위배한 부분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얘기다.
판사 6명은 양승태 대법원이 정부 관계자와 비공개 회동해 재판 진행방향을 논의한 것과 특정 판결방향을 주문하고 재판진행에 의견을 제시한 행위는 이미 명백한 재판독립 침해 행위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정사건의 재판에 관해 조언이나 요청을 하는 것은 어떠한 선의 의도나 명분을 대더라도 헌법이 요구하는 재판독립을 침해하는 행위를 사법부 스스로 자행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형사법상 유무죄 성립 여부를 떠나 위헌적 행위였음을 우리 스스로 국민들에 고백해야 한다”며 탄핵절차 진행을 촉구하는 것만이 법원을 인권보루로 여기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실천적 의무라고도 강조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 관계자는 안동지원 판사들의 이같은 제안에 대해 “정기회의에 상정될 의안의 발의기한은 12일 자정으로 위 제안이 정식 발의된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단 전국법관대표회의 내규를 들어 “회의 현장에서 다른 구성원 9인의 동의를 얻어 안건의 상정을 요구할 수 있다”며 추가 발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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