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관 후보 0순위’로 꼽히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사법연수원 16기)이 법복을 벗은지 1년여만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법정에 서는 첫 피고인이 됐다.
임 전 차장은 양 전 대법원장이 2011년 9월 취임한 후 법원행정처에서 2012년 8월부터 2015년 8월까지 기획조정실장을, 이후 지난해 3월까지 차장을 역임했다.
대법원장 직할 기관인 법원행정처의 인사·예산·회계 등 사무 실무를 차장이 총괄하는 구조상 임 전 차장은 사실상 약 4년7개월간 양 전 대법원장의 손발로 사법부 살림을 책임져 온 인물인 셈이다.
그는 서울대 법학과를 나와 1987년 서울지법 동부지원 판사로 법관이 된 후, 일선에서 재판업무를 하다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과 등기호적국장을 맡고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순탄히 승진했다.
이후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를 거친 뒤 다시 행정처로 불려와 기조실장과 차장을 맡으면서 일선과 행정처를 오가는 소위 법원내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법원행정처 차장은 법조계에서 ‘차장 불패’라는 조어가 생길 정도로 법관들이 선망하는 대법관과 가까운 자리다. 사법농단 의혹이 제기되기 전 행정처 차장을 맡았던 이들은 대부분 대법관 또는 헌법재판관이 됐다.
임 전 차장의 전임이었던 권순일 대법관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 차장을 거친 직후 대법관이 된 경우다. 양 전 대법원장과 그 전임인 이용훈 전 대법원장, 이진성 전 헌법재판소장도 법원행정처 차장을 역임했다.
그러나 임 전 차장은 차장 재임 중 사법농단 사태의 시발점이 된 법관 사찰 의혹이 불거지며 대법관이 되지 못하고 지난해 3월 퇴임했다. 지난달 27일에는 범죄사실 소명, 증거인멸 우려로 결국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임 전 차장을 대부분 의혹의 실무 총책임자로 지목하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14일 재판에 넘겼다. 사법농단 수사 개시 후 150일 만의 첫 기소다.
임 전 차장의 공소장 분량만 A4용지 242쪽에 달하며 기재된 범죄사실만도 30개가 넘는다. 검찰은 혐의를 Δ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의 위상 강화 및 이익도모 Δ사법행정 대내외적 비판세력 탄압 Δ부당한 조직 보호를 위한 범죄혐의 Δ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 및 집행 등 크게 4가지로 분류했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과 당시 법원행정처장이었던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을 임 전 차장의 공범으로 적시하면서 이제 칼날은 보다 윗선을 향하고 있다. 차 전 대법관을 한차례 비공개 소환조사한 검찰은 오는 19일 박 전 대법관을 부른 후, 고 전 대법관과 양 전 대법원장도 차례로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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