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성-박병대 사실관계 인정…모레 고영한 마무리
권순일·이동원·노정희 대법관 등장…檢 “적절히조사”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양승태 대법원 시절 최고위층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장 등이 잇따라 검찰에 소환되면서 양 전 대법원장을 향한 수사망도 점점 좁혀지고 있다.
이와 함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먼저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의 공소장에서 주요 재판거래 혐의 내용에 등장하는 현직 대법관들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한 상황이라 검찰은 이들에 대한 조사 시기와 방법도 고심하고 있다.
지난 6월 본격적으로 사법농단 의혹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전현직 판사 수십여 명을 조사한 뒤 ‘키맨’으로 꼽혀온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을 소환했다. 임 전 차장은 양승태 대법원 시절 행정처 기획조정실장, 행정처 차장 등을 지내며 사법농단 의혹 전반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을 4차례 조사한 끝에 구속영장을 청구, 신병을 확보했다. 이후 임 전 차장을 구속기소하며 공소장에 수십개의 혐의를 담았다.
임 전 차장 공소장에는 공범들도 적시됐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의 윗선이라고 할 수 있는 당시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과 양 전 대법원장을 공범으로 봤다.
의혹의 정점에 있는 양 전 대법원장으로 수사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전 대법관들에 대한 수사가 먼저 필요하다. 법원행정처장들은 임 전 차장과 양 전 대법원장의 연결고리가 됐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당시 법원행정처장 중 가장 먼저 차 전 대법관을 비공개로 소환했다. 차 전 대법관은 2011년 10월부터 2014년 2월까지 근무하며 청와대와 일제 강제징용 재판 지연 등을 논의한 것으로 의심 받는다. 차 전 대법관은 검찰 조사에서 이와 관련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과의 회동 등 사실관계 전반은 인정하고, 청와대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검찰은 사법농단 의혹이 집중됐던 시기에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 전 대법관을 19일과 20일 잇따라 소환 조사했다. 박 전 대법관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지연,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로 비자금 조성,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후 지위확인 소송, 헌법재판소 평의 내용 및 내부기밀 유출 등 여러 혐의를 받는다.
검찰 조사에서 박 전 대법관은 ‘정당한 지시였다’ ‘생각이 안 난다’ 등 혐의에 대해 부인하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을 몇차례 추가 소환한 뒤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할 거으로 보인다.
이어 검찰은 오는 23일 고 전 대법관을 소환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 전 대법관은 양승태 사법부 시절 사실상 마지막으로 법원행정처장을 지내며 부산 스폰서 판사 비리 의혹, 정운호 게이트 수사 확대 저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사건 등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양승태 사법부 법원행정처장들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면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이후 검찰의 칼날은 임 전 차장 공범 중 마지막인 양 전 대법원장을 직접 향하게 될 전망이다.
검찰은 사법농단 수사를 연내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양 전 대법원장을 연내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부 수장 최초로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는 불명예를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검찰은 임 전 차장 공소장에 등장하는 다른 현직 대법관에 대한 수사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댓글사건’과 관련해 권순일 대법관, 통진당 의원 지위확인소송과 관련해 이동원·노정희 현 대법관 등도 임 전 차장 공소장에 등장한다. 이들은 서면조사를 받게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진실규명을 위해 필요할 경우 적절한 방법으로 (조사를) 진행하겠다”며 “개개인에 대해서 필요성과 방법을 일률적으로 설명 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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