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징계위, 12월초 3차 심의기일 개최…징계확정 해 넘길듯
현직판사 “사법농단 의혹 판사 93명…징계청구 확대해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현직 판사들 징계를 차일피일 미뤄온 대법원이 다시 징계 절차를 재개했다. 그간 검찰 수사를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지만 전국 법관대표회의의 ‘탄핵 검토’ 결의 등 대내외적 압박이 커짐에 따라 이를 의식한 조처로 풀이된다.
대법원은 법관징계위원회가 지난주 징계심의기일 날짜를 확정해 통지했고 12월 초에 징계심의기일이 열릴 예정이라고 21일 밝혔다. 법관 징계의 연내 마무리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법관징계위는 지난 7월20일과 8월20일 두 차례 심의기일을 열고 사법행정권 남용 연루 판사 13명에 대한 징계를 심의한 바 있다.
대상 법관은 고등법원 부장판사 4명, 지방법원 부장판사 7명, 일반 판사 2명이다. 이중 이민걸·이규진 고등법원 부장판사 등 5명은 관여 정도와 업무 특성에 따라 징계절차가 끝날 때까지 재판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다.
법관징계위는 2차 징계 심의를 진행한 뒤 “대부분의 피청구인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징계혐의 인정 여부, 징계 양정을 판단하기 위해선 수사의 진행 경과 및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징계절차를 잠정 중단했다.
대법원의 징계절차 재개는 검찰의 관련자에 대한 대대적 조사와 전직 대법관 소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기소 등을 통해 연루 의혹 판사 13명의 혐의가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지난 19일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사법농단 연루 의혹 현직 법관들에 대한 징계와 함께 탄핵소추 절차까지 검토해야 한다는데 뜻을 모으면서 이들 13명에 대한 징계를 미룰 명분도 부족한 상황이다.
대법관과 변호사, 교수 등으로 구성된 6명의 법관징계위는 대법원 자체조사와 해당 판사들 소명 내용 등을 검토해 최대 1년의 정직·감봉·견책 중 징계 처분을 내리게 된다.
검사와 달리 법관징계법상 징계 시효는 3년이라 2015년 6월 이전 의혹에 대해선 책임을 묻기 어렵다. 징계처분에 불복할 경우 취소청구사건을 단심으로 재판할 수 있어 징계 확정까지는 시간이 더 걸리게 된다.
사법부가 자체조사로 추려낸 13명 이외에도 검찰 조사과정에서 사법농단 연루 의혹 판사가 추가로 드러난 만큼 향후 법관징계 대상 현직 판사 숫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관 사찰의 대상이었던 차성안 판사(41·사법연수원 35기)는 이날 법원 내부통신망에 “원칙적 징계시효 3년(법관징계법 제8조) 경과를 막기 위한, 징계청구의 인적, 물적 범위의 확대 절차 진행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차 판사는 “임종헌 전 차장님 공소장을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연루된 전현직 법관은 93명이다. 대법관(대법원장 포함) 10명, 고법 부장판사 24명, 지법 부장판사 44명, 평판사 15명이다. 기존 징계청구 13명보다 80명이 많다”며 “이 모두가 징계청구대상인지는 살펴보아야겠지만, 적어도 더 많은 징계청구가 필요한 것은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속한 시일 내에 징계시효 진행을 막기 위한 징계청구의 인적, 물적 범위 확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저는 직무유기라고 판단한다”며 “다수의 대법관, 고법 부장판사가 연루된 사태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대법원장님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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