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이르면 금주 초 영장청구
구속뒤 ‘모르쇠’ 전략에도 자료·진술 주요증거 될수도
‘양승태 사법부’ 정점을 향한 검찰 수사의 최종 향배를 좌우할 12월이 시작됐다. 검찰이 이르면 금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6개월째에 접어든 사법농단 수사도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검찰이 박·고 전 대법관 신병확보에 성공하면 의혹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향한 수사에 한 발짝 다가가게 된다. 반대로 영장이 기각되면 ‘윗선’을 정조준하는 검찰로선 부담일 수밖에 없다.
2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금주 내 두 전직 대법관 조사를 마무리하고 진술 내용을 분석해 영장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 안팎에선 이르면 3~4일 영장청구 가능성이 거론된다.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두 전직 대법관은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각종 사법농단 의혹에 깊숙하게 관여한 의혹을 받는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 사이에서 중간 다리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받는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으로 수사를 이어가려면 전 행정처장들로부터 그의 지시 여부 등 개입 정황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이들은 그간 검찰 조사에서 기억이 나지 않거나 후배 법관들이 자발적으로 한 일이란 취지로 관련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검찰은 두 전직 대법관 진술이 행정처 실장급 이하 실무진 판사들 진술과 상당 부분 달라 실무진을 다시 불러 조사,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해왔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2013년 2월부터 2년간 양 전 대법원장 비서실장을 지낸 김정만 변호사(57·사법연수원 18기) 압수수색에 이어 같은달 30일 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전현직 법관 130여명의 인사자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 중 법관 블랙리스트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2명 것만 허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재판개입 지시를 거부한 뒤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에서 탈락하는 등 인사불이익을 받은 정황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양 전 대법원장 재임 초기인 2012~2013년 인사자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은 모두 기각했다. 검찰 관계자는 “2014년, 2015년 자료를 보면 2012년, 2013년 (문건) 내용을 인용해놓은 게 있으니 (그때 문건도) 있는 건데 영장이 기각됐다”고 토로했다.
검찰은 박·고 전 대법관이 조사에서 일관되게 혐의를 전면 부인해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만큼 구속영장 청구를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미 구속된 임 전 차장 공소장에 박·고 전 대법관을 재판개입과 법관사찰 등의 공범으로 적시한 터라, 임 전 차장과의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순 없을 거란 게 법조계 안팎의 분석이다.
검찰 의지대로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면 양 전 대법원장을 향한 수사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장이 기각되면 수사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적잖다. 이 경우 사법농단 수사가 올해를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선 영장이 기각돼도 검찰은 손해볼 게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영장이 기각되면 현재 여론은 검찰 수사가 부족해서라기보다 법원의 ‘제식구 감싸기’ 때문이라 볼 것”이라며 “검찰은 영장이 나오면 좋고 안 나와도 법원이 욕먹을 거라 안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들의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하고 나면 검찰 수사는 양 전 대법원장을 직접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이달 중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 포토라인에 설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검찰이 두 전직 대법관을 구속해도 앞서 구속된 임 전 차장이 재판개입 등 혐의가 행정처의 정당한 직무였을 뿐이라며 사실상 묵비권을 행사하는 상황에 양 전 대법원장으로 가는 길이 열리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검찰은 이에 사법농단 수사가 임 전 차장이나 박·고 전 대법관의 진술에만 의존하는 건 아니라고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들의 진술 외에도 다른 객관적 자료와 여러 실무진 진술이 양 전 대법원장 혐의 입증의 주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이 확보한 자료에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하거나 결제받은 서류, 주고받은 이메일이나 메시지 등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단편적으로 흩어져 있는 객관적 증거가 ‘구슬’이라면 이를 하나로 꿰어 목걸이를 만들기 위해선 진술이란 ‘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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