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일제 강제징용 소송 재판 지연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3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달 12일 사법농단 의혹 수사와 관련, 곽병훈(59)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과 부장판사 출신 한모 변호사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둘은 현재 법무법인 김앤장에 근무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곽 전 비서관과 한 변호사는 지난 2015년 법원행정처가 일제 강제징용 소송을 고의로 지연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청와대와 외교부는 지난 2013년부터 강제징용 소송을 지연해달라거나 정부 의견 개진 기회를 달라는 등을 행정처에 요구했고, 재판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었다.
법원행정처는 지난 2015년 1월 민사소송규칙 개정을 통해 외교부의 의견 기회 제공을 위한 ‘참고인 의견서 제출 제도’를 도입한 상태였다. 이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외교부 측과 일본 기업 측 대리인이 대법원에 의견서 제출을 촉구하면 대법원이 이를 외교부에 전달하고, 외교부는 의견서를 제출하는 방식을 합의했다.
임 전 차장은 지난 2015년 4~5월경 현직에 있던 곽 전 비서관에게 외교부의 의견서 제출을 독촉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뿐만 아니라 외교부 국제법률국장과 한 변호사에게도 의견서 제출을 요청했다.
검찰은 곽 전 비서관 등을 지난 9월 소환조사한 뒤 지난 11월 임 전 차장을 기소하면서 이 같은 정황을 공소사실에 구체적으로 담았다. 이번 압수수색은 곽 전 비서관 등의 재판 과정 관여·개입 여부를 보다 구체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청와대 법무비서관 인사에 관여한 정황을 포착,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임 전 차장 USB(이동식 저장장치)에서 지난 2015~2016년 청와대 법무비서관 인사 후보군을 다룬 문건을 확보하고 작성 경위 등을 확인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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