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법관을 탄핵하자는 법관회의 결의가 이뤄질 당시, 판사 한 명의 의결권이 투표에 반영되지 않아 가부에 영향이 있었다는 논란이 벌어졌다. 뒤늦게 논란이 일자 당사자가 나서 “찬성표를 던졌다”라고 상황을 정리했다.
3일 법원 등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열린 2차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선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법관을 탄핵하자는 안건이 올라와 전자투표가 이뤄졌다. 투표엔 105명이 참여했고 ▲찬성 53명 ▲반대 43명 ▲기권 9명의 결과가 나왔다. 법관회의 안건은 투표자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의결되는데, 법관 탄핵은 과반 찬성 요건을 넘겨 가결 처리됐다.
그런데 전자투표 결과가 공지된 이후 장내에 있던 한 법관이 ‘본인의 투표가 표결에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문제가 제기된 후 의장은 해당 법관에게 ‘전자투표기가 잘못 작동된 것은 아닌 것 같다. 양해해 줄 것인가’라고 의사를 물었고, 이의제기가 없자 투표 결과대로 최종 가결 처리됐다.
이런 현상이 발생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문제제기를 했던 법관이 사용한 전자투표 기기의 오류 또는 개인 과실 가능성 등만 거론되고 있다.
다만 법관대표회의 측은 고장이나 오작동보다는 다른 이유로 전자투표기 버튼이 눌려지지 않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9월 회의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런 소동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 이후 해당 법관의 투표 내용은 기권 처리하되 대신 총 투표인 수에는 포함해야한다는 주장이 뒤늦게 나왔다. 법관 탄핵 안건의 총 투표자는 105명이 아니라 106명으로 집계해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일각에선 총 투표인 수가 달라진다면 결과가 뒤집힌다는 주장도 했다. 총 투표자 106명의 과반은 54명 이상이기 때문에 53명이 찬성표를 던졌던 법관 탄핵 안건은 부결처리 해야 한다는 논리다.
법관회의 측은 그러나 이런 주장을 일축했다.
법관회의 관계자는 “회의 종료 시까지 문제제기를 했던 판사는 물론이고 다른 판사들로부터 아무런 이의제기나 추가투표, 재투표 요구가 없었다”며 “재석에 포함되고 무효 또는 기권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대표회의는 투표결과가 드러난 후에 전자투표기 이외의 방식으로 추가 투표를 허용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자투표의 경우 무효표는 투표기 오작동을 제외하고는 상정하기 어려운 개념”이라며 “이번 사안에서 해당 대표의 표가 무효표로 처리된다면 투표 결과가 드러난 후에 추가된 표로 인해 의결 여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문제가 불거지자 당사자인 106번째 법관도 직접 나섰다. 수원지법 산하 지원 소속인 이 법관은 입장을 내어 “다소 완화된 수정안이 발의된 후 저는 분명히 찬성으로 투표했다. 만약 반대표나 기권표를 찍은 상황에서 이의를 물었다면 분명히 이의를 제기했을 테지만, 찬성표였다는 제 의견을 공개할 필요가 없어 이의가 없다고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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