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양승태, 日기업 변호사 만나… 징용재판 지연 직접 개입 정황”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4일 03시 00분


박병대-고영한 구속영장에 적시

김명수 대법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 도착해 출근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뉴스1
김명수 대법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 도착해 출근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뉴스1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직접 조사는 수사가 진행될수록 그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 재임 중 법원행정처장을 겸임한 박병대(61), 고영한 전 대법관(63)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청구 직후 이렇게 말했다. 검찰은 두 전직 대법관의 구속영장에 양 전 대법원장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올 10월 27일 구속 수감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의 구속영장에서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 고 전 대법관 등 직속 상급자 3명을 공범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양 전 대법원장만 아직 검찰에 소환되지 않았다.

○ “양 전 대법원장, 강제징용 재판에 직접 개입”


올해 6월 18일부터 5개월 넘게 재판 개입 의혹 등을 수사해온 검찰은 3일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에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지연에 직접 개입한 정황을 포함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재임 중 일제 전범기업을 대리했던 김앤장법률사무소 소속 A 변호사를 2015, 2016년 세 차례 직접 만났다. A 변호사는 당시 임 전 차장으로부터 청와대, 외교부와 대법원 간의 소송 관련 논의 진행 상황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양 전 대법원장은 오랜 지인인 A 변호사를 서울 서초구 대법원장 집무실과 음식점 등에서 만나 강제징용 피해자의 소송 지연 방안과 소송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 여부를 확인해준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12일 A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이 같은 내용을 박 전 대법관의 영장에 포함시켰다.

이처럼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 개입 및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법원행정처장과 차장 등으로부터 단순히 보고만 받은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공개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 검찰 “개인적 일탈 아닌 직위 따른 범죄”

검찰이 청구한 박, 고 전 대법관 구속영장의 범죄 사실은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 내용과 유사하다. 2012년 8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약 4년 7개월 동안 법원행정처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으로 근무한 임 전 차장이 바로 윗선인 법원행정처장을 겸직한 두 전직 대법관의 지시를 받았다고 보는 게 검찰의 시각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년 동안, 고 전 대법관은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

박 전 대법관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지연과 통합진보당 의원의 지위 확인 행정소송 개입, 고 전 대법관과 공통적인 혐의인 특정 성향의 판사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작성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문건의 승인 등 30여 가지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 전 대법관은 부산고법 판사가 연루된 부산지역 건설업자 뇌물사건 재판 개입 등 20여 가지 의혹에 연루됐다.

검찰 관계자는 “두 분(박, 고 전 대법관)은 임 전 차장의 상급자로서 더 큰 결정 권한을 행사했다”며 “두 분이 일부 하급자와 다른 진술을 하고 재판 독립과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은 무엇보다 바꿀 수 없는 법 가치이므로 매우 중대한 구속 사안”이라고 말했다.

○ 구속영장 실질심사 맡을 판사는?

사상 초유의 두 전직 대법관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누가 맡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 재판부는 5곳으로 박범석 이언학 허경호 명재권 임민성 부장판사 중 1명이 무작위 전산배당 원칙에 따라 심사를 맡게 된다. 법원 안팎에선 검사 출신인 명 부장판사와 올해 10월 영장 전담 재판부에 새로 투입된 임 부장판사가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두 부장판사 모두 대법원이나 법원행정처 근무 경력이 없다. 다른 부장판사들은 수사 대상에 오른 판사들과 함께 근무한 이력이 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김윤수 기자
#양승태#징용재판#사법행정권 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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