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접수 전에 사건번호 빼둬 전자배당 무력화
당시 항소심 판결 이동원 현 대법관 조사 불가피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이 통합진보당 소송에서 입맛에 맞는 결과를 위해 사건 배당까지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번호를 미리 빼두는 방식으로 전자배당을 무력화하는 초법적 행태가 꼬리를 잡혔다.
4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통진당 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 항소심 사건 접수도 전에 사건번호가 만들어진 정황을 포착했다.
통상 법원은 공정하고 중립적 재판을 위해 사건이 접수되면 무작위 임의 전자배당 방식으로 담당재판부를 결정한다. 양승태 법원행정처는 서울고등법원 고위 간부에게 통진당 사건이 접수되면 김모 부장판사가 재판장인 특정 재판부에 사건을 배당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고법 고위간부는 사건배당 관련 업무담당 직원에게 이같은 요구를 전달했고, 항소심 사건번호를 미리 만들어뒀다 사건이 접수되자 행정처가 요구한 재판부에 배당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법원행정처 측 고위급 인사들과 친분이 깊은 해당 재판부 법관이 윗선의 뜻대로 재판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관련자 진술을 청취하고 있다. 전날(3일) 청구한 박병대 전 대법관 영장청구서에도 이같은 사실이 적시됐다.
다만 김모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의 압박에 인사이동이 임박해 처리가 어렵다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김 부장판사는 사건처리 전 인사 조치됐고, 이후 법원행정처가 후임 법관을 상대로도 물밑 작업을 진행한 정황을 검찰이 수사 중이다.
김 부장판사 인사이동 이후 통진당 항소심은 이동원 현 대법관이 담당했다. 법원행정처는 당시 재판장인 이 대법관에게도 접근해 윗선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대법관은 2016년 4월 통진당 의원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검찰은 현직 대법관이라는 신분을 고려해 소환조사에 신중함을 기하고 있지만, 관련 소명을 위한 조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재판 공정성과 중립성을 무력화한 초법적 행태가 드러나면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사법농단 의혹 핵심 고위법관들은 한층 궁지에 몰리는 양상이다.
박 전 대법관은 검찰 조사에서 배당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하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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