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박병대(61·사법연수원 12기) 전 대법관과 고영한(63·11기) 전 대법관이 내일 나란히 구속 갈림길에 선다. 사법부 70년 역사상 전직 대법관이 구속 심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법원 판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6일 오전 10시30분 319호 법정에서 박 전 대법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같은 날 같은 시간 321호 법정에서 고 전 대법관의 구속 여부를 심리한다.
구속 여부 결정은 이날 밤늦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에 대한 경우의 수는 크게 3가지다. 둘 다 구속되거나 한 명만 구속되는 경우 혹은 둘 다 구속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검찰이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는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영장이 모두 발부되는 경우다. 검찰은 두 전직 대법관이 재판 개입 등 각종 사법농단 의혹에 깊숙이 관여한 정황들이 밝혀졌음에도 혐의를 전면 부인해 신병 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그간 재판 독립이나 사법부 정치적 중립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대한 헌법 가치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이런 점에서 이들의 범죄 혐의 역시 구속 수사가 필요한 중대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
두 전직 대법관이 모두 구속될 경우 사법농단 수사의 ‘정점’이라고 평가받는 양 전 대법원장을 향한 검찰의 수사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미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공범’으로 적시된 상태다.
둘 중 1명의 대법관만 구속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두 전직 대법관이 연루된 각종 사법농단 범행의 방식이나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혐의 소명 정도 등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심사를 맡은 각각의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판단이 갈릴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검찰은 영장이 발부된 전직 대법관에 대해서는 구속 수사를 통해 혐의를 다지고, 기각된 전직 대법관에 대해서는 보강 수사, 영장 재청구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법관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실장급 법관이나 실무부서에서 알아서 한 일’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 전 대법관은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되 다른 혐의는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전직 대법관 모두 구속되지 않게 된다면 수사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무진과 양 전 대법원장 사이 ‘연결고리’ 평가를 받고 있는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수사가 지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검찰은 임종헌 전 차장 구속 이후 연일 집중 수사를 벌인 바 있다. 두 전직 대법관의 구속 이후에도 같은 수순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둘 다 영장이 기각된다면 계획이 틀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양 전 대법원장을 향한 수사가 더뎌질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평가다.
법원도 ‘방탄 법원’ 불명예를 다시 입게 될 수 있다. 앞서 법원은 사법농단 관련 압수수색 영장을 10건 중 9건 기각했고, 사법농단 수사 첫 구속영장 대상인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한 영장을 기각하기도 했다. 당시 법원은 이례적으로 A4용지 2장 분량 장문의 기각 사유를 밝혀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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