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병대(61·사법연수원 12기)·고영한(63·11기) 전 대법관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향후 검찰 수사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검찰 수사 동력이 한풀 꺾였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지만 하급심 재판부 배당 조작 등 분위기를 반전할 만한 묵직한 카드가 여전히 많다는 관측도 있다.
7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전직 대법관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과 관련해 영장 재청구, 피의자 재소환 등 향후 수사 계획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법원은 이날 새벽 두 전직 대법관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사법농단 사태에 있어서 ‘공모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놨다. 이들이 다른 피의자들과 함께 범행을 모의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취지다.
검찰은 법원 결정에 강력히 반발했다. 두 전직 대법관의 혐의를 입증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한 데다가 고 전 대법관의 경우에는 일부 혐의를 인정하기까지 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다만 검찰 내부적으로는 이번 영장 결과가 전혀 예상치 못한 것만도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 그간 법원이 대법관이 범죄에 개입했을 개연성이 없다는 등의 취지로 압수수색 등 영장을 기각해왔던 전례를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이번 전직 대법관 구속영장 기각도 예상 가능한 범위 안에 있었다는 게 검찰 내부 분위기다.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수사가 가능하게 된다면 수사에 가속도가 붙을 수도 있었겠지만, 영장이 기각됐다 한들 수사 방향 등 계획에는 차질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구속영장 재청구 검토 등 ‘숨 고르기’를 하면서 진용을 재정비할 방침이다. 특히 검찰은 아직도 드러나지 않거나 규명되지 않은 중대한 반(反)헌법적 의혹이 남아있다고 보고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그 예로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옛 통합진보당 의원지위 확인 소송 2심 재판부 배당에 조작한 의혹이 있다. 검찰은 당시 행정처가 정당 해산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와의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특정 재판부를 지목, 배당되도록 전산을 조작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 의혹이 사실로 규명될 경우 사법 공정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심각한 사안이라는 게 법조계 전반의 평가다. 검찰 역시 향후 집중적인 수사를 통해 해당 의혹의 전모를 밝혀내는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검찰은 법원행정처 처장 출신 전직 대법관(차한성·박병대·고영한)들이나 양 전 대법원장 등 최고 윗선의 개입을 입증할 수 있는 다수의 정황도 수사 선상에 올려둔 상태다. 향후 수사를 전개함으로써 차근차근 규명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재경 지검의 한 검사는 “(구속영장 기각은) 수사팀이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도 아니었을 것”이라며 “재판부 배당 조작 등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의혹들이 다수 있는 상황이다. 수사팀이 더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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