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 최초로 사법부 전직 수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검찰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파악돼온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의 혐의사실이 방대한 만큼 마라톤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8일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에 따르면 검찰은 11일 오전 출석하는 양 전 대법원장의 동선을 체크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 전직 대통령 소환조사때에 버금가는 수준의 안전조치를 준비 중이다.
양 전 대법원장 소환 당일 일부 시민단체가 집회를 신고하는 등 마찰이 우려되는 만큼 안전 확보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현관 앞에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때 집회 측과 불미스러운 충돌을 차단하는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출석하면 삼부요인인 사법부 전직 수장인 점을 예우해 본격 조사에 앞서 수사팀장인 한동훈 3차장검사와 간단한 티타임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이명박 전 대통령도 소환조사 전 10여 분간 다과를 곁들인 티타임을 가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티타임 직후 15층 조사실로 이동해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가게 된다. 이 전 대통령은 당시 응급용 침대 등이 구비된 서울중앙지검 10층 조사실에서 조사를 받았는데, 검찰은 사법농단 수사에 돌입하며 전현직 고위법관 예우 및 수사능률을 고려해 15층에 조사실을 따로 마련했다.
앞서 소환된 박병대(61·12기)·고영한(63·11기) 전 대법관도 15층 조사실에서 검찰 신문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본격적인 조사에 돌입하면 수사팀 실무를 책임져온 부부장검사들이 번갈아가며 신문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일제 강제징용 재판개입 등 각종 재판거래 의혹과 법관 블랙리스트, 인사불이익 등 수사 갈래별로 질문지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혐의는 30여개에 달한다. 양 전 대법원이 대부분 혐의에서 공범으로 적시된데다가, 이후 추가 수사를 통해 포착한 새로운 혐의도 있는 만큼 마라톤 조사가 예상된다.
사법농단 수사 착수 이후 현직 법관이 검찰의 밤샘조사를 비판하는 등 반발이 적지 않았던 만큼 검찰은 무리한 밤샘조사는 지양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혐의사실이 방대해 진술 청취를 위해선 1~2차례 추가 소환조사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주로 본인의 입장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면서 “본인이 희망하지 않으면 심야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게 저희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차피 하루에 끝날 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