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꽃길만 걸어온 양승태, ‘대법원장→피의자’ 추락

  • 뉴스1
  • 입력 2019년 1월 11일 06시 00분


‘민사법의 대가’ 상고법원 과욕에 금지선 넘어
간첩조작 사건 배석도…김기춘과 끈끈한 인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자신의 퇴임식을 마친 후 직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2017.9.22/뉴스1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자신의 퇴임식을 마친 후 직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2017.9.22/뉴스1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이 사법부 수장 출신으로는 헌정 사상 첫 피의자 신분으로 11일 검찰에 출석한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에 앞서 이날 오전 9시쯤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검찰 수사에 따른 소회와 대국민메시지를 발표할 계획이다. 2017년 9월22일 퇴임식 이후 476일만에 대법원장에서 피의자로 친정을 찾게 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힌 뒤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해 조사실로 향할 계획이다. 검찰 포토라인 대신 대법원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배경을 놓고 수사에 대한 반감과 보수법관 결집 등의 노림수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은 1970년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4공화국 유신헌법 공포 직후인 1973년 군법무관을 거쳐 1975년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법관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유신 시절인 1975년부터 1979년까지 서울민사지법, 서울형사지법에 근무하며 12건의 긴급조치 재판을 담당했다. 재일교포 ‘학원침투 북괴간첩단’ 사건 등에서 유죄판결을 내렸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총장, 법무부장관을 지낸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경남고·서울대 동문이자 8년 후배다. 지난 2011년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학원침투 북괴간첩단 사건은 당시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이던 김기춘 전 실장이 기획하고, 양 전 대법원장이 배석판사로서 징역 5년 실형 선고에 관여했다.

그가 선고한 간첩조작 사건 중 강희철·김동휘 사건은 재심에서 무죄가 났고, 나머지 사건들도 재심에서 무죄로 뒤집힐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유신정권 당시 긴급조치 유죄 판결에 관여했던 그는 대법원장 재임 시절 관련 재판에도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는 긴급조치 피해자들에게 국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일선 판사들에 대한 징계를 검토한 것으로 조사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민사법분야에서 특출난 재능을 발휘하며 40여년의 법관생활 대부분을 서울에서 근무하는 초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2011년 이명박정부 시절 대법원장에 임명되며 사법부 수장 자리에 올랐고, 취임 이후에는 상고법원 설립을 강력히 추진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김 전 실장이 2013년 대통령비서실장에 임명되자 그를 고리로 삼아 박근혜 정부·청와대와 긴밀히 소통했다. 상고법원을 위해 청와대 입맛에 맞도록 각종 재판거래에 관여하는 등 금지선을 넘었고, 결국 헌정사 초유의 사법부 흑역사의 중심에 서게 됐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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