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강제징용 재판거래·법관 블랙리스트 신문 집중
2~3차례 추가소환 불가피…“임종헌과 대질 없다”
각종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에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이 11일 검찰 소환조사에서 혐의사실 전반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기억나지 않는다” “실무진에서 한 일에 대해 알지 못한다” 등 혐의를 부인하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검찰 출석에 앞서 대법원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과 관련된 여러 법관들도 각자의 직분을 수행하면서 법률과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하고 있고, 저는 이를 믿는다”라며 “그 분들의 잘못이 나중에라도 밝혀진다면 그 역시 제 책임이므로 제가 안고 가겠다”고 말했다.
과오가 밝혀질 경우라는 단서를 달아 혐의사실 부인하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이날 오전부터 일제 강제징용 재판개입 의혹, 법관 사찰 및 블랙리스트 의혹 등과 관련한 혐의 진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혐의 전반에 대해선 부인하면서도 사실관계가 명확한 부분에 대해선 인정하는 부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제 강제징용 재판개입 혐의는 특수1부 단정한 부부장검사가 신문을 진행했고, 오후 4시쯤부터는 법관 사찰·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박주성 부부장검사가 바통을 이어받아 진술을 청취 중이다.
검찰은 신문 과정에서 ‘피의자’ 대신 ‘원장님’으로 호칭하며 사법부 전직 수장을 예우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도시락으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양 전 대법원장은 각종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한 40여개 혐의를 받고 있다. 혐의사실이 방대한 만큼 이날 소환 이후에도 2~3차례 추가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검찰은 2차, 3차 조사가 필요한 만큼 이날 소환조사는 가급적 자정 전에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현직 법관의 ‘밤샘조사’ 공개비판 등도 일부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추가조사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사안의 중대성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16기)의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 등을 감안해 신속히 조사를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이르면 주말 중 재소환이 점쳐진다.
검찰 관계자는 “질서라든가 안전 차원에서 사전공개는 어렵다는 점을 이해해주기 바란다”면서도 “원장님의 사회적 주목도 등을 감안할때 너무 오랫동안, (조사가)길어지면 곤란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키맨으로 행동대장 역할을 한 임 전 차장과 양 전 대법원장 간 대질신문은 아직까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두 사람이 모두 혐의부인 태도를 보이는 만큼 대질신문의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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