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이 14일 재소환에서도 지속적으로 혐의 부인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혐의 사실이 방대한데다 검찰이 심야조사를 되도록 자제하려는 가운데 3차 소환까지도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양 전 대법원장이 두 차례 소환조사를 ‘모르쇠’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는 만큼 추가 소환 없이 곧바로 신병처리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피의자 신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2일 첫 조사에 이어 이튿날도 청사를 방문, 전날까지 약 14시간에 걸쳐 조서를 꼼꼼히 열람한 후 서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조사자로는 오전부터 조상원 특수3부 부부장검사(46·32기)가 나서 양 전 대법원장을 상대로 Δ옛 통합진보당 지방·국회의원 지위확인 행정소송 재판개입 Δ현대자동차 노동조합 파업 관련 한정위헌 관여 등 헌법재판소 견제시도 Δ차성안 판사(42·35기) 뒷조사 등 법관사찰 의혹을 포함해 신문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에서는 최정숙 변호사(52·23기)와 김병성 변호사(40·38기)가 동시에 입회해 조력하고 있다. 첫 소환조사에서 ‘기억이 안 난다’, ‘실무진 선에서 한 일이다’, ‘난 모르는 일이다’ 등의 취지로 진술했던 양 전 대법원장은 두 번째 조사에서도 혐의와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취지로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민사소송 재판연기 관련 전범기업 대리인 김앤장 한모 변호사와의 독대 문건, 법관 블랙리스트 관련 문건 자필서명 등 진술에 비해 사실관계가 비교적 명확한 물적 증거에도 부인 취지로 방어권을 행사하며, 기소 후 법정에서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청사통제 및 안전유지 차원에서 가급적 신속히 조사를 마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사안의 중대성이 크고 혐의 사실이 방대한 상황에서 철저한 조사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양 전 대법원장 측에서 요청하지 않는 한 가급적 심야조사를 지양할 방침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첫 소환에서 전체 조사 분량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게 완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한 차례의 추가 조사로 마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혐의 사실만 40여개에 달하고 검찰 측이 준비한 질문지만 A4용지 기준 100쪽이 훌쩍 넘는 상황에서 조서열람 시간까지 감안할 때 3차 소환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에 대한 조사를 모두 마치는 대로 진술을 분석, 추가 보강 조사 등을 완료한 후 이르면 이번 주 중 구속영장 청구 및 관련자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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