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차례 檢조사에서 대다수 혐의 법적책임 부인
조사보다 긴 조서열람 시간…“소명은 재판에서”
사법농단 의혹 정점에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이 연이은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게다가 조사보다 조서 열람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추후 재판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5일 오전 9시20분 양 전 대법원장을 마지막으로 소환해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검찰은 판사 사찰과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비자금 조성 등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앞서 검찰은 두 차례 소환 조사를 통해 양 전 대법원장이 받는 각종 혐의에 대해 조사했다. 첫 소환에서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및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사건 재판 개입, 법관 사찰 및 인사불이익 조치 등 블랙리스트 의혹, 박정희 정권 시절 긴급조치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 배상 책임 인정 판결을 내리고 징계 위기에 놓였던 김기영 헌법재판관 관련 사건 등을 신문했다.
2차 조사에서는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재판개입, 현대자동차 비정규노조 업무방해 사건 관련 청와대 통한 헌재 압박, 한정위헌 취지 위헌제청 결정 사건 개입 등 헌재 견제시도, 차성안 판사 뒷조사 등 법관사찰 의혹 등을 캐물었다.
앞선 조사에서 양 전 대법원장은 대다수 범죄 혐의에 대해 부인하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는 ‘기억이 안 난다’ ‘실무진에서 한 일이다’ ‘난 모르는 일이다’ 등의 취지로 답하며 책임을 회피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출석 직전인 지난 11일 대법원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도 “법관들이 직분 수행 과정에서 법과 양심에 반하는 일은 하지 않았단 말을 믿는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3차 조사에서도 양 전 대법원장은 혐의 부인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한 양 전 대법원장은 조서 열람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1일 검찰 소환 당시 약 11시간 조사를 받은 뒤 3시간가량 조서를 열람했다. 이어 하루 뒤인 12일 오후 2시 재차 검찰청에 나와 10시간가량 조서 열람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시간보다 조서 열람 시간이 더 길었던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조사 대부분이 진행된 상태여서 이날 조사는 오전 중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조사가 끝나면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역시 장시간에 걸쳐 조서를 열람할 것으로 보인다.
법률 전문가인 양 전 대법원장이 장시간 조서 열람한 것은 향후 재판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서를 꼼꼼히 검토해 법적으로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는 부분을 점검하고, 질문 내용을 통해 검찰이 어떤 증거를 갖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절차라는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인 최정숙 변호사(52·23기)도 1차 조사 후 취재진에게 “소명할 부분은 재판과정에서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조사는 이날 중 모두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진술 내용 등을 분석하고 추가 보강 조사를 진행한 뒤 빠르면 이번 주 중으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결정할 전망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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