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두 전직 대법관이 서로 다른 처지에 놓이게 됐다. 박병대(62·사법연수원 12기) 전 대법관은 또다시 구속 심사에 서게 됐고, 고영한(64·11기) 전 대법관은 구속 위기를 넘기게 됐다.
18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후 양승태(71·2기) 전 대법원장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박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도 재청구했다.
앞서 검찰은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에 대해 지난해 12월3일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70년이 넘는 사법부 역사상 전직 대법관으로 상대로 한 첫 구속영장 청구였다.
양 전 대법원장 아래 사법행정을 지휘한 두 전직 대법관은 재판 개입 등 각종 사법농단 의혹에 깊숙이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핵심 중간 책임자’인 임종헌(60·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으로부터 사법농단 관련 내용을 보고받거나 지시하고, 이를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두 전직 대법관은 사흘 뒤 열린 구속 심사에 나란히 출석해서 각자 필사적인 항변을 내놓았다. 다만 두 전직 대법관의 방어 전략은 각기 다른 모습이었다.
박 전 대법관은 구속 심사에서 혐의를 사실상 전부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특히 검찰이 적용한 혐의에 대해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고 전 대법관은 지난 2016년 ‘부산 스폰서 판사’ 비위 의혹을 무마하려 했다는 등 일부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다른 중요 피의자들에 비춰봤을 때 자신이 관여한 역할이나 기간, 책임의 정도 등은 상대적으로 가볍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결국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은 법원으로부터 모두 기각됐다. 특히 법원은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해 공통으로 ‘공모 관계 성립에 의문이 있다’는 사유를 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후 검찰은 보강 수사에 착수, 서기호 전 정의당 의원 소송 관련 재판 개입 등 추가 범죄혐의를 포착했다. 특히 검찰은 기각 사유 중 핵심이었던 ‘공모 관계’를 소명하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추가 수사를 거쳐 두 전직 대법관 중 상대적으로 개입의 정도가 무겁고, 추가 혐의 또한 드러난 만큼 박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검찰은 사법농단이라는 중대한 반(反) 헌법적 범행에서 박 전 대법관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는 점 또한 감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검찰은 고 전 대법관이 일부 혐의를 인정하고 있고, 박 전 대법관과 비교했을 때 추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관여 정도 등이 차이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서 영장을 다시 청구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박 전 대법관은 지난해 12월7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42일 만에 다시 구속 위기에 놓이게 됐다. 이르면 내주 초반께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구속 심사에서 그는 한 번 더 후배 법관이 앉아있는 구속 심판대 앞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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