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역사상 처음 구속 위기에 놓인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23일 구속 심사를 받는다.
서울중앙지법은 양 전 대법원장 구속영장 사건을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에 배당하고, 이날 오전 10시30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고 21일 밝혔다.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박병대(62·12기)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 심사는 같은 시각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맡는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임 시절 사법부 수장으로서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및 법관 인사 불이익 등 각종 사법농단 의혹에 대해 지시 및 관여한 혐의 등을 받는다.
260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국고 등 손실), 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 사실이 담겼다.
검찰은 특히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의 경우 양 전 대법원장이 단순 지시나 보고 수준을 넘어 소송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결과를 뒤집는 과정을 직접 주도하고 실행에 옮겼다고 보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또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대선 개입 사건 등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이외에도 판사 부당 사찰 및 인사 불이익 혐의, 헌법재판소 내부 동향과 사건정보를 수집 및 누설 혐의 등과 관련 당시 실무진들의 진술 및 객관적 자료 등이 확보된 상태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재판개입 등에 관해 구체적인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법원행정처에서 실무를 맡았던 판사들이 한 일을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답하는 등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또 자신이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이 없고 죄가 성립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판사들을 물의법관으로 분류한 대외비 문건의 경우는 양 전 대법원장이 보고를 받고 ‘V’ 표시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지만 대법원장의 정당한 인사 권한 행사라서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법관은 지난해 12월7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추가로 서기호 전 정의당 의원 소송 관련 재판 개입 등 새로운 혐의가 드러난 점 등을 감안해 구속영장이 재청구됐다.
검찰은 당시 박 전 대법관과 함께 함께 구속 심사를 받은 고영한(64·11기) 전 대법관의 경우 이번에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 않았는데, 부산 스폰서 판사 의혹 관련 일부 혐의를 인정하고 있고 박 전 대법관에 비해 관여 정도나 범행 기간의 차이가 있는 점 등이 고려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