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사법부 71년 역사상 최초로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된 가운데 박병대(62·사법연수원 12기) 전 대법관만이 홀로 구치소에서 빠져나오게 됐다.
박 전 대법관은 24일 오전 2시50분께 대기하고 있던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귀갓길에 올랐다.
박 전 대법관은 구치소를 빠져나오면서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구치소 문을 나오면서 직원들에게 인사한 뒤 곧바로 대기하고 있던 차량으로 향했다.
박 전 대법관은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구속됐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곧바로 차량에 올라타 귀가했다.
앞서 박 전 대법관은 전날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구치소로 이동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허 부장판사는 서면 심리를 거친 뒤 이날 오전 1시58분께 “종전의 영장 청구 기각 후 수사 내용까지 고려하더라도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추가된 피의사실 일부는 범죄 성립 여부에 의문이 있고, 현재까지의 수사 경과 등에 비춰 구속의 사유 및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허 부장판사가 구속영장을 기각함에 따라 박 전 대법관은 또다시 ‘구사일생’으로 구속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앞서 그는 지난해 12월 한 차례 구속 위기에 놓였다가 법원의 기각 결정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법원은 박 전 대법관에 대해 ‘공모 관계 성립에 의문이 있다’는 등의 사유를 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번에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 및 범죄 성립 여부가 주요 기각 사유가 됐다.
박 전 대법관이 구속 위기에서 벗어난 반면 전직 사법부 수장이었던 양승태(71·2기) 전 대법원장은 결국 ‘친정’인 법원의 구속영장을 발부함에 따라 대기하고 있던 구치소에 그대로 갇히게 됐다. 전직 대법원장이 피의자로 수사 선상에 올라 구속까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 전 대법원장 심사를 맡았던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의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며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사실상 구속 요건을 모두 다 충족시켰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편 검찰은 별도로 입장을 밝히지는 않을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남은 수사를 잘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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