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 남용’ 안태근 실형…같은 혐의 양승태의 운명은?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24일 16시 58분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결국 구속되면서 향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 유죄가 선고될지 법원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4일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명 부장판사는 “범죄사실 중 상당부분 혐의 소명이 되고 사안이 중대하며,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춰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발부 이유를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의 대표적인 혐의 중 하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다. 형법 123조에서 정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에서 말하는 ‘직권 남용’은 외형적으로는 공무원의 일반적인 직무집행으로 보이지만 실질은 정당한 권한 외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를 말한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 개입 및 법관 인사 불이익 등으로 대법원장 권한을 남용한 혐의를 받는다.

법조계에서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에서부터 주목받기 시작했고, 사법부가 자승자박하는 꼴이 됐다고 보고 있다. 국정농단 등 일반 사건에서는 엄격하게 법집행을 하고 사법농단 사건만 그렇게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압수수색 영장이 줄줄이 기각될 때부터 이 혐의와 관련해 ‘범죄 성립에 의문이 있다’는영장전담법관의 판단이 이어지기도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대입해볼 수 있는 유사 사례는 전날 법정구속된 안태근(53·20기) 전 검사장 사건이 있다. 안 전 검사장은 후배인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한 뒤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상주 부장판사는 전날 안 전 검사장에 대해 “법무부 검찰국장의 업무를 남용해 인사담당검사로 하여금 원칙과 기준에 반해 서 검사를 통영지청으로 전보하는 인사안을 작성하게 함으로써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판단, 징역 2년 실형을 선고했다.

이때 의무없는 일인지를 구분하는 기준은 법령에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직무집행의 기준과 절차를 준수할 ‘의무’를 법령에 근거를 둔 경우도 포함한다고 봐야 한다는 게 이 부장판사의 결론이다.

이 부장판사는 “경력검사인 서 검사를 차치지청(차장검사가 있는 검찰청) 이상 검찰청에 배치하는 인사안이 검찰인사위원회 개최 무렵 검찰국장인 안 전 검사장에게 보고가 된 것으로 보이는 이상 검사 인사담당 검사인 신모씨가 안 전 검사장의 지시 없이 독자적으로 서 검사를 통영지청에 배치함으로써 검사인사 원칙과 기준인 경력검사 부치지청(지검 소속 소규모 지청) 배치제도를 실질적으로 위반하는 인사안을 작성해 안 전 검사장의 결재를 받는다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잣대를 양 전 대법원장에게 그대로 들이대면 일부 판사들을 물의법관으로 분류해 인사 불이익을 준 게 대법원장의 정당한 권한 행사라서 문제가 없다는 주장은 통하지 않게 된다.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이 알아서 한 일이기 때문에 양 전 대법원장 자신은 몰랐다는 항변 역시 마찬가지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사실 여태까지 법원에서 사법부 구성원이 이렇게 재판을 받는 경우도 없었지만 기본적으로 직권남용 범죄 자체가 크게 쟁점이 된 사건은 없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부터 직권남용 사건이 많아졌는데, 사법농단 사건에서도 시대의 변화상을 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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