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농단’ 의혹의 정점인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재판에 넘겨진다. 전직 대법원장이 중대 범죄 혐의로 기소되는 것은 헌정·사법부 역사상 처음이다.
1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르면 11일 양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 할 예정이다. 앞서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기간이 오는 12일 만료되는 점 등을 종합해 기소 일정을 고려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될 죄명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 등 손실 ▲직무유기 ▲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공무상비밀누설 등으로 예상된다. 별지를 포함한 구속영장의 분량이 260쪽가량인 점에 비춰보면 공소장 또한 상당한 분량으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및 법관 인사 불이익 등 사법부의 최고 책임자로서 각종 사법농단 범행에 개입·지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그가 받고 있는 혐의만 해도 4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 개입 등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11일 첫 공개소환부터 지난달 24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에 진행된 검찰 조사에서 완강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대법원장뿐만 아니라 전직 대법관 2명도 함께 재판에 넘겨질 예정이다.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이 그 불명예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처장으로서 사법행정을 지휘한 두 전직 대법관은 각각 재판 개입 및 판사 비위 의혹 무마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이 같은 혐의로 구속 영장이 청구됐으나 법원으로부터 기각 결정을 받았고, 박 전 대법관의 경우 한 차례 더 영장이 청구됐으나 이 역시 기각됐다.
검찰은 두 전직 대법관이 받고 있는 혐의를 종합적으로 정리한 뒤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재판에 넘길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지난 2014년 고현철 전 대법관이 변호사법위반 혐의로 벌금 300만원 약식기소된 경우 외에 대법관 출신이 정식으로 재판에 넘겨지는 경우는 사법부 사상 처음이다.
사법 농단 의혹의 최고 결정권자 위치에 있었던 이들과 함께 핵심 ‘중간 책임자’였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또한 추가기소 대상이다. 임 전 차장은 앞서 2차례 재판에 넘겨진 바 있으나 이른바 ‘블랙리스트’라 불리는 법관 인사 불이익 등 추가 혐의로 다시 기소될 전망이다.
지난해 6월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을 재판에 넘김으로써 8개월여간 진행돼 왔던 사법 농단 수사는 일단락될 전망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핵심 혐의를 먼저 기소한 뒤 재판부 배당 조작 등 새롭게 불거진 혐의에 대한 보강 수사를 거쳐 추가 기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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