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2월 의혹 뒤 작년 6월 검찰 수사로 분열 지속
사법개혁 김명수 리더십 시험대…“좌고우면 안돼”
지난 2017년 2월 한 판사의 인사 잡음에서부터 시작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태’가 1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 구속기소로 마무리국면을 맞고 있다.
의혹을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리며 의혹이 불거진 시점부터 이날까지 약 2년 동안 법원엔 ‘내부 갈등’이란 상처가 남았다.
김 대법원장의 검찰수사 협조방침, 사법농단 사태 재발방지를 위한 사법개혁안을 둘러싸고 내부 분열상이 노출되며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사법불신이 증폭됐다는 진단도 나온다. 통합을 강조해온 김 대법원장 리더십이 다시금 시험대에 올랐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시작은 지난달 결국 사직서를 낸 이탄희 판사였다. 2017년 2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기획2심의관으로 발령받은 그는 상고법원 도입에 비판적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 견제 지시를 받고 이를 거부한 뒤 사표를 냈다.
이후 행정처는 이 판사를 원소속 법원으로 복귀시켰지만 발령취소 배경에 여러 의혹이 제기되자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인복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같은해 4월 1차 조사 결과는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견제는 사실이나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은 사실이 아니란 것이었다.
이때부터 신구(新舊) 세력간 법원내 갈등이 시작됐다. 이른바 소장판사들이 조사결과에 반발해 전국 법원 대표판사 모임인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열고 재조사를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은 이를 거부했다.
2017년 9월 취임한 김 대법원장은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를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추가조사위원회에 맡겼다.
여기선 블랙리스트가 저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는 행정처 컴퓨터 물증조사를 놓고 법원내부 이견이 돌출됐다. 이 과정에서 당시 김소영 법원행정처장이 처장직을 맡은지 불과 6개월만에 교체됐다.
대법원은 대법관 임기만료 전 재판업무로 복귀해 잔여임기를 마치는 게 관례라고 설명했지만, 행정처 비협조로 추가조사위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컴퓨터와 비밀번호가 걸린 파일들을 확인하지 못하자 사실상 경질조치를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당시 김 처장은 임 전 차장 컴퓨터를 추가조사위에 제공하는데 반대했다.
결국 추가조사위는 당사자 동의 없이 컴퓨터를 조사했고 2018년 1월 행정처가 특정법관 동향을 파악하고 성향을 분석했고, 법관독립 침해 우려가 있는 문건이 다수 발견됐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같은 문건을 두고 블랙리스트다, 통상의 사법행정권 행사를 범죄로 봐선 안 된다 등 일선 판사들 간 의견이 갈리며 논란은 지속됐다.
이어 김 대법원장은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을 단장으로 한 특별조사단을 구성했고, 작년 5월말 3차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정 판사 동향을 파악한 문서는 파악됐지만 이를 ‘블랙리스트’라 할 수 있을진 모르겠고, 형사조치를 취할 사안은 없다는 게 골자였다.
그러나 김 대법원장은 그해 6월15일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고, 이에 대법관 13명 전원은 김 대법원장 담화문이 나온지 3시간도 되지 않아 “재판거래 의혹은 있을 수 없다”고 정면 반박했다. 여기다 안 처장이 임기 1년만에 돌연 사의를 표해 올 1월 교체되자 일각에선 검찰 수사를 놓고 사법부 수뇌부마저 의견이 갈린 것 아니겠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후 국회에서 사법농단 의혹 연루 법관들에 대한 탄핵소추 논의가 나오며 법원 내 공방은 한층 가열됐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작년 11월 탄핵소추를 검토해야 한다는 안건을 의결하면서다. ‘정당성이 없는 정치적 행위’라며 법관회의를 탄핵해야 한다는 거친 주장이 나오자 다른 판사가 재반박하며 장외 설전까지 일었다.
이같은 상황에 양 전 대법원장 기소를 기점으로 법원 내부 갈등이 더욱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잖다. 보수성향 판사들이 집결할 경우 사법개혁에 대한 반발도 만만찮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내부화합을 위한 김 대법원장 역할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다만 검찰 수사나 사법개혁에 대한 법원 내부 반발을 다독이기보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연루 법관들 추가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하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진상규명이 확실히 되고 책임질 사람들은 책임지고 나서 사법부가 뼈를 깎는 제도개혁을 한 다음 내부화합을 도모해야지, 지금 그럴 단계는 아니라 본다”고 말했다. 대법원장 권한을 분산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점도 꼬집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사법개혁과 관련 “(법원)내부 동의보다는 국민 신뢰가 더 중요하다”며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조치를 대법원장이 과단성 있게 취해가는 게 중요하지 (다른 의견에) 좌고우면하며 눈치를 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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