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자체 조사한 대법원이 감사업무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시민단체에 관련문건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성용)는 참여연대가 법원행정처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15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판결이 확정되면 법원행정처는 대법원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문건들을 전부 또는 일부 공개할지 여부를 다시 심사해야 한다. 다만 기존의 비공개 사유를 되풀이 할 수는 없다.
재판부는 “참여연대가 정보공개 청구한 파일은 ‘공개될 경우 감사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법원행정처의 비공개 결정은 법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6월 법원행정처를 상대로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불거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문건 중 D등급 6개 파일을 제외한 404건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감사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비공개 통보를 받았다.
그러자 참여연대 측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410개 문건은 이미 오래 전에 작성된 것으로 감사의 필요에 따라 새롭게 작성되거나 감사 과정에서 확보된 문건이 아니다”라며 “이미 특별조사단이 98개 문건을 공개한 만큼 전부 공개한다고 해서 감사 업무 수행에 지장이 초래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문건 내용은 사법부의 위헌적이고 위법한 행위를 고스란히 담고 있으므로 진상을 정확하게 알리기 위해 이른 전국민에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재발방지 대책과 근본적인 사법개혁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특별조사단은 지난해 5월 내부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410개 파일 제목은 공개했지만, 내용은 모두 공개하지 않았다. 이후 법원행정처는 법원 안팎의 요구로 그 해 6월 98개 파일의 원문을 공개했다.
하지만 84개 파일은 이와 중복된다는 이유로, 나머지 228개 파일은 재판·법관의 독립 침해 및 사법행정권 남용과는 거리가 있다며 열람을 제한했고 추가 의혹이 계속 제기됐다. 이에 대해 법관대표회의가 미공개 파일 공개를 결의했고, 중복 파일을 제외한 나머지 파일 196건도 비실명화 작업을 거친 뒤 그 해 7월 공개됐다.
당시 정당별 국회의원에 관해 분석한 ‘(160727)제20대 국회의원 분석’, 차성안 판사의 언론 기고 관련 법원행정처 판사들이 토론한 내용의 ‘(150921)차성안’, 이탄희 판사 사직서 제출을 전후한 판사들 대화 내용이 담긴 ‘170308 이탄희 판사 관련 정리’ 문건 등 3건은 개인정보나 사생활 비밀 등 과도한 침해를 막기 어렵다고 판단해 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과정에서 참여연대 측은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고 법원은 누구에게나 공정할 것이라 믿어왔던 국민들에게 법원은 최소한 특별조사단의 조사과정에서 확보한 문건들을 빠짐 없이 공개하고, 이에 대해 시민사회가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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