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 과제 중 가장 주목받는 건은 단연 ‘검경 수사권 조정’이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많은 국민이 최우선 개혁 과제로 꼽으며, 정부와 국회는 국민의 여망을 이어받아 수사권 조정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개혁 당사자인 검경 사이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검찰의 문서가 발단이 됐다. ‘검찰 고위 관계자가 국회에 출몰해 문서를 뿌리고 다닌다’는 풍문이 여의도에 퍼진 것이다. 이윽고 문서 내용이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검찰이 경찰을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상급기관인 정부와 법무부에 항명하는 취지로 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수사권 조정안은 국무총리 주재로 법무부 장관과 행안부 장관이 동시에 합의했다. 이른바 ‘검찰패싱’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이례적으로 청와대가 검찰 구성원의 의견까지 수렴했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검찰은 수사권 조정안을 ‘중국식 공안모델’이라 깎아내리며 경찰을 ‘게슈타포’라 비난했다. 과연 정부 기관이 작성한 문서가 맞나 의심이 들만큼 과격하고 도발적인 내용이다.
경찰은 검찰의 말을 그대로 받아쳤다. 한국 검찰의 지위는 중국 공안과 매우 닮았는데 검찰이 중국의 공안모델을 후진적이고 비민주적이라고 비판했으니 이는 한국 검찰의 ‘자아비판’과 다름없다고 꼬집은 것이다.
사실 검찰로서는 요즘의 세태가 마뜩찮을 것이다. 정부와 국회 사개특위에서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수사권 조정안이 입법을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법률안이 통과되면 검찰은 일제강점기부터 독차지해 왔던 수사지휘권과 직접수사권 등 많은 권력을 내려놓게 된다.
그럼에도 검찰은 그 어느 때보다 자중해야 한다. 작금의 검찰개혁은 준엄한 국민의 명령에 따라 촉발된 것이기 때문이다. 89.8%라는 압도적인 국민이 검찰개혁을 바라고 있고(리얼미터), 국민 열에 일곱은 수사권 조정을 지지한다(한국리서치). 검찰을 둘러싼 숱한 권력형 비리의 역사를 근절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기관으로 자리매김 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다.
경찰도 논란을 확대하는데 일조해서는 안 된다. 수사권 독립은 결코 경찰에 주는 포상이 아니다. 오히려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권 비대화를 걱정하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런 때일수록 검찰과 대립각을 세우는데 힘쓸게 아니라 보다 민주적이고 인권 친화적인 경찰로 탈바꿈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양 기관은 더 이상 낯 뜨거운 공방을 펼치지 말고 성숙하고 품위 있게 협력하여 여민동락의 개혁과제를 완수해야 한다. 앞으로 모든 이가 협력해 조속히 검찰개혁, 수사권조정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