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사법 농단' 연루 전·현직 법관 10명 재판에
이민걸 전 행정처 기조실장 혐의서 정황 드러나
박선숙·김수민 당시 국민의당 의원 등 재판 정보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 의혹에 관여한 전·현직 법관 10명을 재판에 넘기면서 또 다른 정치인의 재판 정보가 유출된 정황을 새롭게 포착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5일 오후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및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등 전·현직 법관 10명을 불구속기소 하면서 이 같은 정황을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실장은 지난 2016년 국회 관계자로부터 당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박선숙(59)·김수민(33) 당시 국민의당(현 바른미래당) 의원 등에 대해 재판부의 보석 허가 여부 및 유·무죄 심증을 알려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당시 두 의원은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공보물 제작 및 광고매체대행 계약을 맺은 업체로부터 2억1600만여원 상당의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돼 서울서부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었다.
이에 이 전 실장은 당시 양승태 사법부 최고 역점 사업이었던 상고법원 도입 추진 등에 대한 편의를 얻을 목적으로 지난 2016년 10월 서울서부지법의 나모 기획법관에게 직접 연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실장은 두 의원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국민의당 관계자의 보석 허가 여부를 파악해 보고하라고 나 기획법관에게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나 기획법관은 ‘선고 이전에 보석을 허가할 생각이 없다’는 주심판사의 심증 등을 파악해 이 전 실장에게 보고했고, 이 전 실장은 이를 국회 측에 전달했다.
다음달 이 전 실장은 나 기획법관에게 박선숙·김수민 두 의원에 대한 재판부의 유·무죄 심증을 파악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나 기획법관은 ‘피고인 측 변명이 완전히 터무니없어 보이지는 않는다’는 내용을 보고했고, 이 전 실장은 이 또한 국회 측에 전달했다.
두 의원은 다음해인 2017년 1월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 받았고, 이어진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은 이 전 실장이 재판부의 심증을 파악해 전달한 행위가 법원행정처의 위법하고 부당한 지시라 판단했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정치인의 재판 청탁 의혹은 이미 앞서 불거진 바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추가기소하면서 서영교 의원과 전병헌 전 의원, 이군현 의원과 노철래 전 의원 등과 관련된 재판 청탁 및 개입 의혹을 공소사실에 담은 바 있다.
검찰은 법원 내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최종적으로 정리된다면, 사법 농단 의혹에 등장했던 정치인 등 법원 외부 인사들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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