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판사 14명 재판받고 66명 징계 대상에 오를 초유의 사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6일 00시 00분


서울중앙지검은 어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 전현직 법관 10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공무상비밀누설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따라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을 받게 될 전현직 법관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포함해 14명으로 늘었다. 사법사상 14명의 전현직 법관이 동시에 재판을 받는 일은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있기 힘든 참담한 일이다.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에 앞서 전현직 법관 100여 명 가운데 기소자를 선별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양 전 대법원장이 구속됨으로써 기소된 대법관급 아래 전현직 판사의 기소는 임 전 차장을 포함해 11명에 그쳤다. 현직 대법관 기소 여부로 관심의 초점이었던 권순일 대법관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검찰은 기소와 별개로 이 전 상임위원 등을 포함한 현직 판사 66명의 비위 사실을 대법원에 통보해 징계 절차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 법원행정처는 징계가 청구된 판사들은 징계가 확정되기 전까지 재판 업무에서 배제해 왔는데 현직 법관 2900여 명 가운데 2%가 넘게 비위 통보가 됨에 따라 법원 내부의 혼돈은 한동안 불가피해 보인다.

사법농단 수사는 사상 초유여서 검찰의 기소 내용 중에서는 죄가 될지 안 될지 판단하기 어려운 혐의가 적지 않다. 검찰수사와 기소자 선별 과정의 공정성도 엄정하게 검증되어야 한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법정구속한 성창호 부장판사가 2016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 시절 정운호 게이트 관련 영장 내용을 형사수석부장에게 보고한 혐의로 기소된 데 대해 벌써부터 야당은 반발하고 나섰다.

이런 모든 논란에 앞서 사법부는 전현직 법관 14명이 피고인석에 서고 66명이 징계 대상에 오르는 초유의 지경에 이른 데 대해 부끄러워하고 자성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법원이 법원 스스로를 재판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참으로 어려운 재판을 예고하고 있다. 권력으로부터도 여론으로부터도 독립한 재판으로 유무죄를 가려야 한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양승태#사법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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