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판서 지시·공모 여부 부인…핵심 증거도 부동의
檢·임종헌 감정싸움도…“방어권 남용”-“법조 인생 모독”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이뤄진 사법행정권 남용에 관여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사법연수원 16기)이 양 전 대법원장과의 공모 여부와 관련해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 심리로 11일 열린 1회 공판기일에서 임 전 차장은 ‘양 전 대법원장 등으로부터 구체적인 지시를 받거나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긴 적이 전혀 없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임 전 차장은 양 전 대법관을 비롯해 또는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등과 공모한 혐의에 대해서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공모 관계가 성립하려면 전제가 범죄 사실에 해당해야 하는데, 구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공보관실 운용비 불법 편성·집행 혐의와 관련해서는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 정상적인 사무 행정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임 전 차장 측은 지난해 7월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에서 확보된 USB(이동식 저장장치)와 관련한 증거 상당수에도 “동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위법한 절차로 수집돼 증거 능력이 없다는 취지다.
검찰은 적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USB에는 임 전 차장이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있을 당시 지시하고 보고받은 문건들 수천 건이 포함돼있어 검찰의 핵심 증거로 평가돼왔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임 전 차장과 검찰은 서로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팽팽한 ‘감정 싸움’을 하는 모양새를 보이기도 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현 정권의 전 정권에 대한 정치적 보복’ ‘검찰발 미세먼지’ ‘포르노가 아닌 성화’ 등 원색적 발언을 했던 점을 “부적절하다”고 언급하며 “임 전 차장의 언론 상대 변론 시도는 차단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임 전 차장의 변호인 일괄 사임 카드와 성명준비명령·공판준비명령의 미진함을 들며 “고의적인 재판 지연 의도가 의심되는 상황이 반복되고있고, 이는 방어권 남용”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임 전 차장은 “제가 의도적으로 재판을 지연시켰다는 것은 법조인으로 살아온 저를 모독한 것”이라며 “아무런 근거없이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은 검찰이 공익의 대표자로서의 지위가 아니라 임종헌에 대한 ‘공격수’를 자임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며 팽팽하게 맞섰다.
앞서 임 전 차장은 지난해 11월14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직무유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지난 1월에는1 정치인 관련 사건 재판개입, 매립지 귀속분쟁 관련 재판개입 의혹 등과 관련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추가기소됐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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