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개입 혐의 등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수감 중)의 1심 재판부가 검찰에 공소장 내용의 변경을 요구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는 25일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62), 고영한 전 대법관(64)의 첫 공판 준비기일을 열었다. 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양 전 대법원장 등은 불출석했다.
재판부는 첫 공판 준비기일에 통상적으로 하는 검찰의 공소사실 낭독을 생략했다. 그 대신 “지금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을 그대로 두고서 재판을 진행하는 게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며 공소장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공소장 변경이 필요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 사건을 첫 번째 예로 들었다. 박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 공소장 79쪽의 ‘이 사건 주심 대법관이던 고 전 대법관은 재판연구관에게 재항고 기각 의견으로 보고를 받고도 다시 파기 환송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문장을 읽었다. 이어 박 부장판사는 “이 공소사실로 고 전 대법관이 기소된 게 없다. 기소가 안 된 피고인의 행위를 기재하는 것이 어떤지 모르겠다”고 했다.
박 부장판사는 같은 공소장의 81쪽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수감 중)이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을 정부 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협력 사례’로 보고받았다고 적힌 부분을 언급했다. 박 부장판사는 “심의관에게 부당한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했다는 공소사실 시점보다 임 전 차장이 정부 운영 협력 사례로 보고받은 때가 한참 뒤 아니냐”면서 “공소사실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결과나 영향을 계속 (공소장에) 기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너무 장황하게 불필요한 부분은 법관에게 피고인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나 선입견을 갖게 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재판부의 공소장 변경 요구에 검찰은 “이 사건은 6년 동안 지휘 체계에 따라 공모 관계가 다양하고 조직적, 장기적,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다”며 사건의 특수성을 강조했다. 또 “직권남용죄는 정확한 경위를 표시하지 않으면 권한 내 행위만 기재하게 된다. 전후 사정이나 범행 동기, 경위 등을 자세히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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