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해외파견 위해 외교부 입장 반영” 문건 공개
재판부, 김용덕·이병기·유명환·강일원 증인 채택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강제징용 재판에 외교부의 입장을 반영하면서 그 대가로 법관의 해외 공관 파견을 요청했다는 정황이 법정에서 제시됐다. 그러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썸’을 탄 것을 확대 해석해 불륜으로 주장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 심리로 15일 열린 임 전 차장에 대한 공판기일에서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2015년 7월 작성한 ‘오스트리아 대사관 파견 추진 계획’ 문건을 법정에서 공개했다.
해당 문건에는 “1단계로 외교부 기조실장과 면담을 추진해, 2단계 우군으로 포섭하고, 3단계 1차관 면담을 추진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특히 문건의 추진 방안 항목 중 ‘외교부 추가설득 방안’ 부분에는 신일본제철 사건을 언급하며 “주 오스트리아 대사관 파견을 위한 외교부 설득 방안의 하나로 외교부의 입장을 절차적으로 최대한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적혔다.
이에 대해 검찰은 “임 전 차장과 외교부는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에서 외교부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과 재외공관 법관 파견이 대가 관계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인식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교부의 입장을 절차적으로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부분은 행정처의 의도가 분명하다”며 “한줄에 불과하지만, 그 한줄에 위법성이 압축돼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임 전 차장은 발언권을 얻어 “당시 이 문제를 바라보는 외교부 장·차관과 국장 등 주요 인사들의 인식은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과 법관 파견 문제가 서로 대가관계에 있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고 직접 반박했다.
이어 “검찰 수사과정에서도 관련자들은 이렇게 진술했고, 이는 앞으로 나올 증언으로 입증될 것”이라면서 “어떤 외교부 담당 국장은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과 법관 재외공관 파견을 연계해서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외교부와 저는 두 가지를 전혀 대가관계로 인식하지 않았다”며 “비유하면 남녀가 ‘썸’을 타는데, (검찰은) 이걸 확대해석해 불륜관계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전 차장은 ‘국가기관 참고인 의견제출 제도를 도입한 건 강제징용 사건에서 외교부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한 목적 아니냐’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도 “일방적 주장이며 앞으로 증인신문 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김용덕 전 대법관과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고위급 인사들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들은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 재판을 의도적으로 지연하는데 개입했다는 임 전 차장의 혐의와 관련된 증인이다. 이를 위해 당시 청와대와 외교부, 법원행정처, 일본 기업을 대리하는 김앤장이 유착했다는 의혹이 있다.
당시 유 전 장관은 김앤장 소속이었으며 이 전 실장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근무했다. 김 전 대법관은 당시 해당 사건을 맡은 주심이었다. 재판부는 이들을 오는 7월15~16일에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예정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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