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걸·이규진·방창현·심상철 등 공소사실 부인
“보고서 작성이 직권남용인지…충분한 검토 필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법관들이 첫 재판에서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윤종섭)는 27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58·사법연수원 17기),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57·18기), 심상철 전 서울고등법원장(62·12기),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46·28기)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우선 이민걸 전 기조실장 측 변호인은 “총체적으로 공소사실에 대해 전부 무죄를 주장한다”고 밝혔다.
이 전 기조실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공모해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양승태 대법원에 비판적인 국제인권법연구회 및 인사모를 탄압한 혐의도 있다.
또 박선숙·김수민 등 당시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보석허가 여부 및 유·무죄 심증을 파악해 같은당 소속 A 국회의원에게 전달한 혐의도 있다.
이와 관련 이 전 기조실장 측 변호인은 “당의 앞날이 걸려 있는 사건인 만큼 당 관계자들이 관심을 표했다”며 “기조실장으로서 국회를 자주 출입한 피고인은 대국회 관계를 위해 진행상황 정도만 파악한 것이지 심증을 파악해 국회의원에게 전달한 사실은 추호도 없다”고 주장했다.
방창현 전 부장판사 측도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그는 통진당 행정소송의 선고 결과와 판결 이유를 선고 전에 누설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변호인은 “사실관계에서도 잘못된 부분이 있고 피고인의 기억과 상이한 부분도 존재한다. 법리적 부분도 다툴 것이 있다”고 말했다. ‘혐의를 모두 부인하냐’는 재판부의 물음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통진당 행정소송을 특정 재판부에 배당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 심상철 전 서울고등법원장 측도 “공소사실과 달리 업무 담당자로 하여금 사건번호를 별도로 채번하게 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했다는 주장도 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검사가 피고인을 기소할 때 공소장 외에 다른 서류나 증거물을 첨부해 제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반면 이규진 전 상임위원 측은 기본적인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허위공문서작성’과 ‘허위작성공문서행사’ 혐의는 전면 부인했다.
검찰의 공소장에는 205년 11월 전주지방법원 공보관의 실수로 ‘사법부의 판단권한을 설시한 전주지법 통진당 비례대표 지방의회의원 행정소송 판결이 적절하다’고 평가한 법원행정처 문건이 유출되자 이규진 전 상임위원은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하여금 ‘이는 법원행정처 입장이 아니라 주무 심의관의 개인적 의견일 뿐’이라는 내용의 허위 공문서를 작성하게 한 뒤 이를 헌법재판소, 청와대 등에 전달했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변호인은 또 “공소사실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직권 행사에 피고인이 공모한 부분과 피고인 본인의 직권 행사 부분이 구분이 안 된다”며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보고서 작성 등이 직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 있는지 법리적으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사례들이 많지 않아 판단이 쉽지 않지만 직권남용 해당 여부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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