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정점’ 양승태, 피고인석 선다…재판 본격화

  • 뉴시스
  • 입력 2019년 5월 29일 06시 06분


양승태·박병대·고영한 출석 예상
혐의 인정 여부 등 입장 밝힐 듯
양승태 "검찰, 법원 샅샅이 뒤져"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최종 책임자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에 대한 재판이 29일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양 전 대법원장이 지난 2월26일 보석 심문에 나온 이후 92일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는 이날 오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3명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진행한다. 앞서 5차례 진행된 준비기일에 출석하지 않았던 양 전 대법원장 등은 이날 법정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검찰은 1시간30분가량 양 전 대법원장 등 공소사실과 함께 이 사건 개요를 설명할 계획이다. 이날 오후 양 전 대법원장 등 3명의 혐의 인정 여부 등 기본적인 입장을 밝히는 시간도 예정돼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2월26일 구속 후 첫 법정에 나와 검찰을 향해 항변하기도 했다. 그는 “며칠 전에 구치소에서 수용자들이 제 방 앞을 지나가면서 ‘대한민국 검찰이 참 대단하다. 우리는 재판을 받아 법원을 하늘 같이 생각하는데 검찰은 법원을 꼼짝 못하게 하고 전직 대법원장을 구속하기도 했다’고 얘기했다”며 “저는 이 사람들의 얘기에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검찰은 형사 문제밖에 없다는 법원의 자체조사에도 불구하고 정말 영민하게도 목표 의식에 불타는 수십명의 검사를 동원해 법원을 이 잡듯이 샅샅이 뒤졌다”면서 “흡사 조물주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듯 300여쪽 되는 공소장을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어쨌든 저는 이제 공소장에 대해 ‘무에서 무’일 뿐이라며 대응해야 하고, 무소불위의 검찰과 마주서야 한다”며 “제가 가진 무기는 하나도 없다. 그뿐만 아니라 사명감 불타는 검사들이 법원을 샅샅이 뒤져 만든 20여만쪽에 달하는 증거자료가 내 앞을 장벽처럼 가로막고 있다”고 토로했다.

앞서 재판부는 검찰이 신청한 증인 211명 중 28명을 우선 증인으로 채택했다.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의 5가지 공소사실 중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위상 강화 및 이익 도모 ▲대내외적 비판 세력 탄압 ▲부당한 조직보호 부분을 묶어서 먼저 진행하기로 했다. 이후 ▲공보관실 운영비 집행 관련 ▲기타 범행·형사 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 위반 등을 따로 심리하겠다는 구상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강제징용 소송 등 재판 개입 혐의, 법관 부당 사찰 및 인사 불이익 혐의,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 및 동향 불법 수집 혐의,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집행 혐의 등 47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기소된 직후 보석을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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