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下命) 수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청와대가 송철호 당시 울산시장 후보자의 당선을 위해 불법 지원했을 가능성을 두고 전방위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최근 압수한 송 부시장의 ‘업무수첩’ 내용을 통해 송철호 캠프 관계자가 청와대 측과 수차례 소통을 한 정황을 확인했다.
참고인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김 전 시장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송 부시장 업무수첩에는 2017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통해 울산시장 출마를 권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그 뒤엔 청와대와 중앙당이 나서서 송 시장의 당내 경쟁자들을 ‘정리’한다는 취지의 계획도 쓰였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4월 당내 후보 선출 절차를 생략, 송 시장을 단독 공천했다.
송 부시장의 업무수첩에는 경쟁자인 김 전 시장이 추진하던 공약인 산재모 병원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정부 보건의료 정책을 책임지던 이모 비서관의 이름과 함께 ‘BH 회의’라는 문구가 적혔다. 송 부시장과 송 시장이 2017년 10월12일 서울을 방문해 청와대 관계자와 산재모 병원 논의를 한 취지의 메모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시장의 공약이었던 산재모 병원은 지방선거 투표 직전인 지난해 5월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지 못해 무산됐다.
다만 송 부시장의 업무수첩은 개인적인 기록으로 실제 사실과 거리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검찰은 수첩에 적힌 대로 청와대 공천 개입이 사실일 가능성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송 부시장을 재소환해 이러한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이날 서울 종로구 창성동 국무총리실 별관의 문모 전 청와대 행정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컴퓨터 하드디스크, 업무 기록 등 자료를 확보했다.
문 전 행정관은 2017년 10월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으로부터 김 전 시장 관련 의혹에 대한 제보를 받아 정리한 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제보는 경찰청 본청을 거쳐 같은 해 12월 울산지방경찰청으로 전달, 김 전 시장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는 단초가 됐다.
하지만 경찰 이첩 과정에서 송 부시장이 당초 제보한 내용 중 조경업체 수의계약 관련 의혹 부분 등 일부는 삭제되고 제보에 포함되지 않은 건설업자 유착비리와 같은 내용이 추가된 정황이 포착됐다. 또한 비리 죄명과 법정형량 등도 덧붙여 가공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검찰은 이날 확보한 증거물을 토대로 제보받은 경위, 가공 여부와 정도, 지시 여부 등에 관해 확인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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